전체

[희망브리지 스토리] “힘드니까, 집수리로드!” 젊은 열정으로 빚어낸 나눔의 기쁨

2019.07.31

[희망브리지 스토리] “힘드니까, 집수리로드!” 젊은 열정으로 빚어낸 나눔의 기쁨

 

 

 

 

“오메, 학생들이 겁나게 왔더라고. 한참을 떠들다 왔어. 요즘 같은 세상에 이렇게 찾아와주니 말도 못하게 고맙지.”

 

 

전남 진도에 사는 장사단(가명, 80) 할머니가 웃으며 말합니다. 아침부터 젊은이들이 몰려왔다며 마을회관에서 한바탕 자랑을 늘어놓고 오는 길이었지요. 이날 할머니의 얼굴 가득 미소를 안겨드린 반가운 손님들, 바로 희망브리지 봉사단의 대학생 자원봉사자들인데요. 무더운 날씨 속에서 올해도 어김없이 집수리 봉사길에 올랐습니다. 해묵은 벽지와 장판을 걷어내고, 새로운 희망을 선사하고 돌아온 8박 9일간의 여정, 열정과 온기가 가득했던 아홉 번째 집수리로드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20190731_003457_5d40e23161e0c.jpg

 

 

 

 

 

 

가마솥더위와 싸운 8박 9일간의 여정

 

 

 

지난 7월 25일, 2019년 집수리로드가 찾은 두 번째 지역인 전남 진도군에서 3일간의 일정이 시작됐습니다. 행정안전부와 건설산업사회공헌재단이 후원하고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이하 희망브리지)가 주관하는 집수리로드가 벌써 9회째를 맞았는데요. 올해는 지난 22일 발대식을 시작으로 충남 서천, 전남 진도, 전북 군산 등 3개 지역을 돌며 8박9일 동안 재난위기가정에 희망을 선사하고 돌아왔습니다. 도배 및 장판을 교체하는 집수리봉사와 이불빨래 등 세탁봉사에 전국에서 모인 대학생 봉사자 52명이 함께했습니다. 대부분 희망브리지와 연계한 대학 동아리에서 활동하며 집수리봉사를 해본 적이 있는 경험자들로, 서류 및 면접전형을 통해 전문성과 열의를 갖춘 봉사자들이 발탁됐습니다.

 

 

 

 

20190731_005056_5d40e5f034b20.jpg

 지난 7월 25일 제9회 집수리로드 진도군 발대식이 진도군청에서 열렸습니다.

 

 

 

제9회 집수리로드에 참여한 봉사자들은 집수리봉사팀, 세탁봉사팀, 의료팀, 운영팀 등으로 나뉘어 활동을 전개했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원이 많은 집수리봉사팀은 6명씩 8개조로 편성돼 도배 및 장판 시공, 형광등 및 방충망 교체 등의 활동을 펼쳤는데요. 진도에서는 섬 특유의 덥고 습한 날씨에 오락가락하는 장맛비까지 더해져 이들의 작업을 방해했습니다. 좁은 실내에 서너 명씩 들어가 부대끼며 열기를 내뿜으면 사우나가 따로 없지요.

 

 

“힘들죠, 힘든데… 힘들어야 집수리로드죠!”

 

 

봉사자 김민기 씨의 말입니다. 젊어서 고생을 사서 하는 청년이 여기에 있었네요. 이번이 두 번째 참가라는 그는 천장에 벽지를 바르느라 땀에 흠뻑 젖었습니다. 도배하는 기술은 있어도 더위를 피하는 기술은 없는 모양입니다. 같은 조에서 활동하는 봉사자 권기철 씨가 한 마디 거듭니다.

 

 

“더위를 피하는 방법은 없어요. 그냥 더운 거예요. 그냥 하면 돼요. 그러다보면 어느 순간 다 끝나있죠.(웃음)”

 

 

 

20190731_005323_5d40e6833fe0a.jpg

 

 

 

 

 

열정과 전문성 갖춘 손길로 집안 곳곳에 희망을 수놓습니다

 

 

 

집수리로드는 매년 전국 곳곳의 소외지역을 찾고 있습니다. 대체로 농어촌의 주거여건이 열악한 재난위기가정으로, 지은 지 수십 년 이상의 오래된 집들이 많습니다. 연로하신 분들이 많아 환경을 개선하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그대로 방치한 채 살아가는 분들이 대부분이죠.

 

 

 

20190731_005428_5d40e6c4904ac.png
곳곳에 곰팡이가 슬고 낡아 고령인 거주자 분들의 건강이 염려됐습니다.

 

 

 

 

“여기서 그만 살려고 했지. 그런데 심장이 약해서 광주 딸네만 가면 가슴이 답답해. 그래서 ‘그냥 살자’하면서 있는 거야.”

 

 

박정자(가명, 77) 할머니가 말합니다. 이 집에서 43년을 살았다고 하는데요. 지대가 낮아 3년 전에는 큰 수해를 입기도 했다고 합니다. 바닥에선 매일 같이 습기가 올라와 한여름에도 보일러를 틀고 지낸다는 할머니. 벽지 곳곳엔 곰팡이가 피어 있어 할머니의 건강이 염려됐습니다. 이곳의 집수리봉사를 맡은 5조의 조장 홍태화 씨는 습기가 많은 집일수록 초배작업이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처음에 와서 보니 바닥 벽지가 흠뻑 젖을 정도로 물을 먹었더라고요. 습한 부분에는 기존의 벽지를 걷어낸 후 방습지를 붙인 후에 도배를 해야 하죠. 평소에도 조원들에게 초배작업을 꼼꼼하게 하자고 이야기하는 편인데요. 그래야 벽지도 예쁘게 붙고 습기에도 오래 견딜 수 있거든요.”

 

 

 

20190731_005538_5d40e70a5a4f1.png

방습지를 시공하는 모습(왼쪽)과 방습지와 초배지가 시공된 모습(오른쪽)

 

 

 

 

20190731_005557_5d40e71d2ad3d.png

벽지를 재단하고 풀칠하는 모습

 

 

 

 

집수리로드에서 만나게 되는 집들이 워낙 낡은 경우가 많아, 예상치 못하는 변수도 쉽게 맞닥뜨립니다. 벽 모양이 들쑥날쑥해 도배가 곤란한 경우가 대표적인데요. 이런 상황에 대비해 경험과 전문성이 풍부한 멘토들이 가세해 집수리봉사를 돕고 있습니다. 현역 도배사인 이흥복(61) 고문은 무려 8년째 집수리로드에 함께하면서 봉사자들에게 기술을 전수하고 있죠.

 

여기에 각 대학 동아리 출신으로, 많게는 1,000시간 이상 집수리봉사에 참여한 멘토들도 가세했는데요. 지난 2월 강원대학교를 졸업하고 멘토로 참가한 봉사자 성민규 씨는 “현역으로 하던 시절에 선배들로부터 받은 기술을 지금 후배들에게 전수해주고, 집수리 봉사가 꾸준하게 유지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멘토의 역할”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실제로 많은 봉사자들이 집수리로드를 귀중한 배움의 장으로 여기고 있었습니다. 봉사자 김솔비 씨는 집수리로드를 ‘하계 전지훈련’에 비유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작년에 정말 많이 배우고 느꼈어요. 다른 학교에서 활동하고 있는 봉사자들이 많이 오기 때문에 몰랐던 꿀팁도 배울 수 있었죠. 동아리 봉사는 한 달에 두어 번 정도 실시하기 때문에 배운 것을 금방 잊어버리지만 여기선 매일 같은 작업을 반복하기 때문에 몸으로 익힐 수 있어요. 자세히 배워서 더욱 잘하고 싶어서 올해 다시 오게 됐죠.”

 

 

 

20190731_005635_5d40e743ba36e.png
낡은 벽지를 떼어낸 후 새로운 벽지를 시공하고 있습니다.

 

 

 

 

진도에서는 희망브리지의 송필호 회장과 김정희 사무총장, 그리고 행정안전부 재난구호과 공무원들도 일일봉사자로서 집수리봉사에 함께해 의미를 더했습니다. 7월 25일 봉사에 참여한 행정안전부 임초설 주무관은 “처음에는 대학생들이 집수리봉사를 직접 한다고 해서 의아했는데, 현장에서 직접 보니 능숙한 솜씨로 해서 깜짝 놀랐다”면서 “몸은 힘들지만 마음만은 풍요롭게 돌아가는 것 같다”고 소감을 말했습니다.

 

 

 

20190731_005811_5d40e7a37e32c.png

보일러 스위치, 전등 등 배선도 말끔하게 정리합니다. 

 

 

 

 

20190731_005850_5d40e7ca417dc.png
장판을 교체하고 가구를 원위치로 배치하는 것으로 집수리봉사가 마무리됩니다.

 

 

 

멘토와 조장들이 끌어주는 가운데, 조원들과 일일 봉사자 등 많은 사람들이 함께 힘을 합치니 도무지 끝이 보이지 않을 것 같던 집수리봉사도 마무리가 됩니다. 반나절 만에 새하얀 벽지와 깨끗한 장판으로 탈바꿈한 모습을 보면 봉사자들의 열정과 기술이 새삼 대단하게 느껴지는데요. 오늘도 무사히 해냈다는 만족감은 하루 종일 흘린 땀에 대한 가장 큰 보상이자 집수리봉사를 이어가는 이유기도 합니다.

 

 

​“무늬만 봉사동아리인 경우가 많아 봉사동아리에 대한 편견도 있었어요. 그런데 희망브리지 봉사단에서는 ‘진짜 봉사’를 할 수 있었죠. 작업할 때는 힘들지만 다른 봉사자들과 호흡하면서 친해지는 과정도 즐겁고요. 마무리하는 순간의 뿌듯함, 짜릿함이 계속 봉사 현장으로 저를 이끄는 것 같아요.” (봉사자 김영진 씨)

 

 

 

20190731_010052_5d40e844aacdf.png

벽지와 타일벽지, 장판 등이 깔끔하게 시공된 모습입니다.

 

 

 

 

묵은 때도, 아픈 마음도 깨끗하게 씻겨드려요

 

 

 

한편, 같은 시각 진도군 고군면의 한 마을회관에선 집집마다 해묵은 이불을 가져오느라 분주한데요. 봉사단과 더불어 희망브리지의 세탁구호차량이 찾아왔기 때문입니다. 전날부터 이장님이 대대적으로 마을 방송을 한 덕분에, 세탁봉사 현장에는 금세 수십 채의 이불이 쌓였습니다.

 

 

 

 

20190731_010159_5d40e88706d8b.png
세탁구호차량의 내‧외부 모습

 

 

 

7톤 세탁구호차량에는 18kg급 세탁기와 건조기가 3대씩 장착되어 있는데, 하루에 약 1000kg의 세탁물을 소화할 수 있을 정도로 대용량이지요. 평시에는 수해‧화재 등 재난 현장에 투입돼 세탁구호활동을 펼치는데, 집수리로드에서는 소외지역의 두터운 이불 등 묵은 빨래를 도맡아, 가는 곳마다 어르신들의 환영을 받고 있습니다.

 

 

“눈이 어두워져서 이제 아무것도 못해. 그런데 이렇게 다 빨아다 주니까 속이 시원하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 너무 고마워서…”

 

 

구순이 훌쩍 넘은 강오매(가명, 94) 할머니가 말합니다. 가슴 아픈 이야기를 들려준 할머니도 계셨는데요. 주마덕(가명, 89) 할머니는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그리워 매일 밤 눈물을 닦아내던 이불을 가지고 왔다고 합니다. “깨끗이 빨아주면 이제는 눈물이 안 날랑가 몰라….” 말씀하시면서 또 눈가가 촉촉해오던 할머니. 할머니의 아픈 마음도 이불과 함께 모두 씻겨 내려가길 바랍니다.

 

 

20190731_010243_5d40e8b3842e2.png

 

 

 

 

 

세탁봉사 현장에서는 봉사자 우정민 씨를 만날 수 있었는데요. 접수된 순서대로 세탁기와 건조기에 옮겨 담으며 빨래가 섞이지 않도록 체크하느라 바삐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충북대 간호학과에 재학 중인 정민 씨는 이번 집수리로드에 의료팀으로서 참가했습니다. 세탁봉사를 겸하면서 혹시 모를 안전사고에 대비를 하고 있는 것이지요. 그는 “봉사자들은 칼을 쓰다가 다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하루 종일 온 몸을 사용하다 보니 파스 사용량도 많다”면서 “아직까지는 크게 다친 봉사자가 없어서 다행이다”라고 말했습니다. 무엇보다 모든 봉사자들이 다치지 않고 안전하게 마무리하는 것이 중요하겠지요.

 

 

 

 

2019년, 뜨거웠던 여름을 마무리하며…

 

 

 

희망브리지 봉사단은 2박 3일간 전남 진도군의 재난위기가정 24세대에 집수리봉사를 마쳤고, 군내 마을회관 등 3개소에서 세탁봉사를 실시했습니다. 이어 7월 28일부터 3일간 전북 군산에서 활동을 이어갔고, 30일 해단식과 함께 2019년의 집수리로드가 모두 마무리되었습니다. 곰팡이로 얼룩진 벽지와 장판을 뜯어내고 새로운 벽지와 장판으로 바꾸어드리는 것만으로도 주거환경이 매우 의미 있게 개선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집수리 8조에서 조장으로 활동한 봉사자 강혜린 씨는 활동 소감을 이렇게 말했습니다.

 

 

“벌레도 많고 오래 되고… 도시에서 보던 집들과 차원이 달랐어요. 열악한 환경에서 생활하시는 것을 볼 때마다 지금까지 어떻게 사셨을까 싶지만… 어르신들께는 불편한 그곳이 정든 삶의 보금자리더라고요. 할 수 있는 한 깨끗하게 작업했으니 조금이라도 더 편안하게 지내시면 좋겠어요.”

 

 

 

20190731_010342_5d40e8ee84018.png

 

 

 

 

 

소외 지역 재난위기가정에 대한 관심과 공감으로 진한 위로를 선사하고 있는 집수리로드. 올해까지 아홉 차례에 걸쳐 집수리 봉사 여정을 떠나 총 117일간 전국 43개 지역에서 685명의 자원봉사자가 참가해 1,078세대에 집수리 봉사를, 1,833세대의 빨래봉사를 실시했습니다. 집수리로드의 행보는 2020년 여름에도 계속됩니다! 집수리로드가 펼치는 뜨거운 나눔의 현장에 앞으로도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립니다.

 

 

 

 

#집수리로드 # 재난위기가정 # 봉사
facebook url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