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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프트하우스 캠페인 시즌5] “수건과 종이박스로 찬바람을 막아가며 살았습니다.”

2019.07.25

[기프트하우스 캠페인 시즌5] “수건과 종이박스로 찬바람을 막아가며 살았습니다.”

 

 

 

 

이차선 도로를 끼고 낮게 솟은 지붕. 잿빛 슬레이트는 손만 대도 부서져 내릴 듯 위태로워 보입니다. 마당엔 어른 키만한 풀이 빼곡해 스산함이 감돌았고, 군데군데 깨지고 금이 간 마룻바닥과 흙벽을 보면 영락없는 폐가의 모습이었죠. 도무지 사람이 살 수 없을 것 같은 집에서 고령의 할머니가 홀로 지내고 있습니다. 그간의 삶을 여쭙자 장영숙(가명, 85) 할머니는 이렇게 말합니다.

 

 

“이게 사람 사는 건가 싶기도 하고, 한심하게 느껴지니 나도 자꾸 살기 싫은 생각이 들어. 온갖 생각을 다 하다가도, 그냥 숨이 쉬어지니 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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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의령에 사는 장영숙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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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장 난 냉장고와 풀이 무성히 자란 마당

 

 

 

 

지나간 세월 속에 우두커니 홀로 남겨졌습니다

 

 

 

장 할머니가 거주하고 있는 경남 의령의 집은 1940년에 지어진 흙집입니다. 한국전쟁이 휴전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돌이 갓 지난 큰딸을 데리고 이곳에 터를 잡았지요. 전쟁 통에 부상을 입은 남편을 대신해 6남매를 키우며 경제활동까지 도맡아야 했습니다. 다행히 지금의 집이 부산, 마산, 진주 등 인근의 대도시로 나가는 버스 정류장을 겸하게 되면서 차표와 담배 등을 팔며 생계를 이어갈 수 있었지요.

 

 

“그 때는 제법 괜찮았어. 마을에 사람도 많았고, 자가용이 없으니 버스 밖에 더 있나. 마산, 부산 가는 야간(고등학교) 학생들이 비좁아서 못 탈 지경이었는데,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다 어디로 갔는지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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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담배 좌판

 

 

 

버스 운행 횟수가 줄면서 승차권 판매는 진즉에 중단됐습니다. 빛바랜 하늘색 간판이 담배판매점임을 알리지만 발길이 뜸해진지 오래지요. 어려운 형편에 일찍 출가한 자녀들은 대부분 연락이 끊겼고, 15년 전엔 남편도 사망했습니다. 찻길을 바라보며 담배 좌판을 지키고 앉아있노라면 세월의 무상함에 한숨이 절로 납니다.

 

 

 

 

두유로 끼니를 때우기 일쑤… 식사를 챙길 여유조차 없습니다

 

 

 

80대 중반의 고령이다 보니 장 할머니의 몸도 성한 곳이 없습니다. 협심증과 고혈압 등 만성질환을 앓고 있고, 허리가 심하게 굽어 오래 걷기가 힘듭니다. 특히 4년 전엔 왼쪽 어깨 힘줄이 끊어져 왼팔은 거의 쓸 수가 없는데요. 때문에 식사를 챙기고 씻는 등 자신을 돌볼 심신의 여유라곤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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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온에 그대로 방치된 음식들

 

 

 

특히 염려되었던 것은 할머니의 식생활인데요. 이날도 저녁나절이 다 되어가도록 먹은 것이 두유 한 팩이었습니다. 고장 난 냉장고는 지붕을 떠받치는 기둥으로 전락한지 오래였고, 집안에 있는 유일한 취사도구는 전기밥솥뿐이었습니다. 일주일에 세 번 지역사회의 반찬봉사를 통해 국이며 반찬이 제공되지만, 바깥에 그대로 보관할 수밖에 없어 상하진 않을까 염려됩니다.

 

 

 

 

“어떻게 이런 집에서…” 곳곳이 무너져 흉물스럽게 변한 집

 

 

 

주거 환경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대가 낮아 수차례 수해를 입었고 마당이 습해 파리, 모기 등 벌레도 상당히 많습니다. 사람 손길이 닿은 지 오래인 별채는 흉가처럼 변했습니다. 안채도 상태는 심각합니다. 한쪽 방은 벽면이 기울어 헐고 있어 쓸 수 없게 됐지요. 두 평 남짓한 방 하나에 온갖 세간을 쑤셔 넣고, 할머니 혼자 겨우 누울 공간만 내놓고 살고 있는데요. 갈라진 벽 틈새며 제대로 아물어지지 않는 문틈으론 우유팩과 수건, 옷가지들이 끼워져 있습니다. 쥐, 벌레, 찬바람을 막고자 해둔 것이지만 임시방편에 불과합니다. 마루 곳곳에 수북이 쌓인 박스를 가리키며 장 할머니가 말합니다. “여기도 벽이 다 헐어서 가려둔 거야. 남부끄러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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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물스런 별채(왼쪽)와 화장실(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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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스와 페트병으로 틈새를 막아둔 모습(왼쪽). 깊게 금이 가고 벽체가 떨어져나간 모습이 위태로워 보입니다. 오른쪽 사진은 겨우 누울 공간만 비워둔 어지러운 실내의 모습

 

 

 

 

할머니라고 이런 집에서 살고 싶어 사시는 게 아닐 겁니다. 혼자의 힘으론 주거환경을 개선할 여력이 도저히 없기 때문이죠. 하지만 80년이나 된 집이 언제까지 버텨줄지 알 수 없습니다. 인근에 채석장이 생기고 대형 덤프트럭이 하루에도 수십 번씩 집 앞을 지나게 되면서 골조가 점점 내려앉고 있기 때문입니다. 마루와 기둥 곳곳에 버팀목을 해두었지만 육중한 트럭이 가하는 진동을 버텨내긴 버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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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이 점점 내려앉고 있어 곳곳에 버팀목을 해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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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도 수십 대의 덤프트럭이 할머니 집 앞을 지납니다.

 

 

 

 

세상에서 가장 큰 선물상자, 기프트하우스 캠페인이 다섯 번째 시즌을 맞았습니다

 

 

지난 2015년부터 전개된 ‘기프트하우스 캠페인’이 어느새 시즌5로 돌아왔습니다. 희망브리지와 현대엔지니어링이 함께하는 기프트하우스 캠페인은 노후한 주택에서 불편하고 불안한 삶을 이어왔지만 자력으로 개선할 여력이 없는 재난위기가정에 모듈러 주택을 영구적으로 지원하는 주거환경개선 프로젝트입니다. 첫 해 충북 음성군의 4세대를 시작으로 2016년 경북 청송군, 전북 진안군, 경기 포천군, 전남 장흥군에 총 6세대, 2017년 강원 홍천군 6세대, 2018년 전남 장흥군 5세대 등 4년간 21세대에 새로운 희망을 전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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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기프트하우스 캠페인> 시즌4를 통해 전남 장흥군에 시공된 모듈러 주택 외부 모습

 

 

 

 

현대엔지니어링의 자체 기술로 개발된 집은 8.2평형의 분리형 원룸 형태로 주방 시설과 화장실, 수납공간 등을 완비하고 있습니다. 재래식 주택과 달리 음식을 조리하거나 화장실에 갈 때 더 이상 밖으로 나갈 필요가 없어 몸이 불편한 어르신들껜 안성맞춤이지요. 이중창이 시공된 두꺼운 벽체와 이중 지붕으로 견고함과 단열성능을 고루 갖췄고, 전기 난방시설도 완비해 한겨울 추위에도 끄떡없습니다.

 

지난해부턴 약 3평형의 별채 창고를 함께 지어드리고 있습니다. 수혜가구 대다수가 농촌 세대이므로 창고 공간의 필요성을 반영한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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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설치된 모듈러 주택의 내부 모습

 

 

 

 

 

노인가구 및 화재피해가구 총 3세대에 새로운 희망을 선사합니다

 

 

 

다섯 번째 시즌을 맞아 기프트하우스 캠페인이 찾은 곳은 충복 옥천군과 경북 청송군, 그리고 경남 의령군입니다. 충북 옥천과 경남 의령의 경우 주택 노후화가 극심한 노인가구 2세대가, 2016년에 이어 다시 찾게 된 경북 청송에서는 화재피해가구 1세대가 지원 가구로 선정되었습니다. 오는 10월 초순까지 모듈러 주택 설치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새로 생길 집이 어떤 모습이면 좋을지 묻자, 장 할머니가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집에 물도 나오고 불도 들어와서, 밥해먹고 누워 잘 수 있으면 충분하지. 지금 집에서는 여태껏 그런 게 힘들었으니까…. 작은 딸 오면 따뜻한 밥 한끼 같이 지어먹고 싶어.”

 

8평, 작은 공간이지만, 할머니의 삶에 가져다 줄 변화는 결코 작지 않을 것 같은데요. 재난위기가정에 안전한 모듈러 주택을 제공해 사전에 재해를 예방하는 기프트하우스 캠페인 시즌5. 그럼 올 가을 감동적인 입주식 현장 이야기로 다시 찾아올게요!

 

 

 

 

 

#기프트하우스 # 시즌5 # 캠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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