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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WER INTERVIEW] 희망을 설계하는 건축가, 류국무 건축연구소 ‘짓다’ 대표 인터뷰

2020.10.13

[POWER INTERVIEW] 희망을 설계하는 건축가,
류국무 건축연구소 ‘짓다’ 대표 인터뷰



"집은 삶을 담아내는 공간입니다. 올 여름 유례없는 집중호우로 많은 이재민들이 발생했는데, 그들은 별안간 삶의 단절을 겪은 셈이죠. 향후 기후변화와 기상이변으로 전 세계가 더 많은 자연재해를 겪게 될 거예요. 제가 가진 공업화주택의 기술이 더욱 중요해지는 이유입니다."



류국무 프리패브 건축연구소 ‘짓다’ 대표의 말이다. 류 대표는 평생 ‘집’과 관련된 일을 업으로 삼아왔다. 대학에서 건축공학을 전공하며 박사 학위를 받았고, BK21(Brain Korea 21) 건설관리 연구원으로도 활약했다. 기업에서 일하기 시작하면서는 범위가 더욱 명확해졌다. 재해구호주택에 최적화된 모듈러 제작 및 시공이 그의 전문 분야. 포스코A&C, 현대엔지니어링을 거쳐 지난 2018년 말부터는 프리패브리케이션(prefabrication‧주택의 부재료나 마루, 벽, 천정, 지붕 등을 미리 공장 생산하여 현장에서 조립하는 공법)을 전문으로 하는 프리패브연구소 ‘짓다’를 직접 설립해 관련 연구를 이어오고 있다.



류대표가 재난 위기가정의 주거 문제를 해결하는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이하 희망브리지)와 연을 맺게 된 것은 너무도 자연스런 일이었다. 희망브리지는 지난 2015년부터 노후화 주택에서 불안한 삶을 이어오는 재난위기가정에 모듈러 주택을 지원하는 ‘기프트하우스 캠페인’을 펼치고 있는데, 이 활동의 핵심 조력자로 활약하고 있는 주인공이 바로 오늘 소개할 류국무 대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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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프트하우스를 설명하고 있는 류국무 대표




봉사‧나눔으로 다져진 토대 위에 꽃 피우는 재능기부



류국무 대표는 현재 희망브리지 자문위원으로서, 희망하우스(재해주택) 기술지원, 기프트하우스(재난위기가정 지원) 모델 개발, 소방서 심신안정실 설계‧디자인 등 건축지원 분야의 중심축으로 활약 중이다. 국내 재해구호 분야의 대표주자인 희망브리지와 함께 한 세월이 어느덧 6년째. 이렇게 오랫동안 꾸준히 재능기부를 이어올 수 있는 원동력은 전문성 이상의 철학이 있었기 때문이다.



류 대표는 희망브리지를 만나기 전부터 기부‧나눔‧공익 활동에 관심이 많았고, 실천 경험 또한 풍부했다. 군 전역 후 포스코 A&C와 현대엔지니어링에서 10년 넘게 근무했는데, 몸담고 있던 회사에서 꾸준히 주거개선 사회공헌을 펼친 덕분이었다. 특히 포스코에서는 저소득 소외계층을 위한 ‘사랑의 집짓기’ 프로그램의 주 담당자로서 취약계층 주거 환경 개선 활동의 선봉에서 활약하기도 했다. 단순히 주택 분야의 봉사에만 국한되었던 것은 아니다. 주기적인 헌혈을 통해 헌혈증을 기부하거나, 쪽방촌을 방문하며 취약계층의 일상을 돌봐주는 노력봉사에도 조예가 깊다.



봉사에 대한 애착이 두터워질수록, 그에 대한 책임감의 무게도 점점 묵직해졌다. 지난 2018년 여름에는 현대자동차그룹의 대학생 봉사자 해외 파견사업 ‘해피무브’의 멘토로 선정되어, 대학생 봉사단 60명을 이끌고 우즈베키스탄의 한 마을에서 2주 넘게 마을 가꾸기 사업과 교육 사업 등을 인솔한 경험도 있다. 류 대표는 그해 사내에서 선정하는 ‘사회공헌 특별상’과 사회공헌 분야 보건복지부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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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 대표(오른쪽 끝)는 지난 2018년 대학생 60여 명과 함께 우즈베키스탄의 아흐마드야싸비 마을에서 봉사활동을 펼쳤다.





희망을 짓는 건축가, 희망의 다리와 만나다



류 대표가 평생을 바쳐 온 전문 분야는 모듈러 제작 및 시공이다. 모듈러는 쉽게 말해 마치 ‘레고’처럼 조립과 이동이 편리한 주거 형태로, 그 특성상 재난‧재해 분야의 임시 주거형태로 활용도가 높다. 공장에서 주택을 제작하는 과정부터 현장으로 운송 시공하는 공법까지 고도의 기술과 전문성을 요하는 분야다.



마침 희망브리지에서 기존에 사용하던 임시주택이 노후화 문제가 심각해진데다 운영상의 문제점이 있어, 새로운 제품 개발이 절실했다. 희망브리지가 모듈러 주택의 최고 전문가이자, 주거 환경 개선사업의 유경험자였던 류 대표에게 도움을 청한 것은 너무도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2015년 희망브리지가 류국무 대표에게 새로운 제품 개발을 요청하면서 인연이 시작된 것. 류 대표는 “기프트하우스 사업은 현대자동차 그룹의 기프트카 사업을 벤치마킹하여 추진된 프로젝트”라며 “주거 위험에 처한 취약계층에 대해 사전 재해예방차원 활동을 펼친다는 점에서 특히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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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장흥에 세워진 기프트하우스. 창고가 마련되어 편의성이 더욱 높아졌다.



당시 희망브리지는 2008년 개발한 모듈러 주택을 사용 중이었다. 5.4평 규모로 화장실을 포함한 원룸식 주택이었는데 편의성과 주거성능 등에서 다소 미흡한 평가를 받았던 게 사실이었다. 이에 류 대표는 “기존 임시 재해구호주택은 이동성, 경제성, 단기 사용성 등에 초점을 맞춰 개발됐던 측면이 강했다”면서 “희망브리지의 요청 이후, 임시주택이 아닌 영구 지원주택으로의 성능을 조금씩 개선‧추가하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결실은 확실했다. 사용자들의 거주 후 평가를 통해 주거 공간의 규모를 키우고, 디자인과 내‧외부 마감을 조금씩 수정했다. 완성과 동시에 디자인 등록을 출원했고, 2016년 킨텍스에서 진행된 대한민국안전박람회에 출품해 좋은 평가를 받기도 했다.

 

 

 

현재 기프트하우스 캠페인을 통해 제공되고 있는 주택은 기존보다 50%이상 넓어진 8.2평형의 분리형 원룸 형태로 주방 시설과 화장실, 수납공간, 3평 창고, 데크 등을 완비했다. 이중창이 시공된 두꺼운 벽체와 이중 지붕으로 견고함과 단열성능을 고루 갖췄고, 전기 난방시설도 완비해 한겨울 추위에도 끄떡없는 모델이다. 실의에 빠진 이재민에게 더 좋은 주거 환경을 지원하고자 했던 희망브리지의 의지와 류 대표가 지닌 전문성이 결합하여 이뤄낸 결실이다.

 

 

그 결실은 고스란히 주거 취약계층의 희망으로 되살아났다. 지난해 11월, 경남 의령의 기프트하우스 캠페인(시즌5)을 통해 새집을 선물 받은 장미자(가명‧85) 할머니의 딸 이미희(가명, 60) 씨는 “비가 오는 날이면 쓰러져가는 시골집에 혼자 계실 어머니 걱정에 잠을 설쳤는데, 이제 한 시름 놓았다”면서 “엄마 보러 먼 길을 와도 당일치기만 했었는데… 45년 만에 엄마랑 한 이불 덮고 잘 수 있게 됐다”면서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류 대표의 손을 거쳐 새로 탄생한 기프트하우스는 2016년부터 경북 청송군, 전북 진안군, 경기 포천군, 전남 장흥군, 강원 홍천군, 충복 옥천군, 경남 의령군, 충남 공주시 등 26세대에 전달되어 편안한 보금자리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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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홍천에 세워진 기프트하우스 단지



류국무 대표는 2018년 11월을 끝으로 현대엔지니어링을 나와, 본격적으로 ‘프리패브리케이션’ 분야를 연구‧제작하는 건축연구소 ‘짓다’를 운영하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 재난 시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건축에 전념하고 있는 것이다.



모듈러 분야를 다룬지 어언 15년, 하지만 그는 여전히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아직 이뤄내야 할 것이 많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우리 주변에서 발생하는 재난‧재해는 더 다양해지고, 더욱더 독해진다. 그의 손길이 필요한 곳이 점점 더 많아질 것이란 예상이 가능한 이유다.

 

 

 

“갑작스럽게 재난을 겪게 된 이재민들은 언제 일상으로 온전히 복귀할지 기약할 수 없어요. 추가적인 태풍이나 지진 등에 견딜 수 있는 구조적 안정성이나, 여름의 더위와 겨울의 추위를 이겨내는 지속가능한 주거 성능이 더욱 중요해지는 이유죠. 재난이 복잡다변해지는 만큼, 이재민들을 위한 주택도 더욱 발전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해나갈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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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 피해 이웃들에게 따뜻하고 편리한 보금자리를 지원해주고 싶다는 류국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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