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희망브리지는 지금] 한밭을 덮친 물 폭탄, 대전 서구 수해지역 현장을 가다

2020.08.03

[희망브리지는 지금] 한밭을 덮친 물 폭탄, 대전 서구 수해지역 현장을 가다

 

 

 

 

"새벽 5시쯤인가… 갑자기 사이렌 소리와 함께 ‘대피하라’는 안내방송이 울렸어요. 놀란 마음에 밖을 내려다보니, 이미 주차해놓은 차가 지붕만 보일 정도로 물이 찼더라고요."

 

 


김봉준(46‧대전 서구 코스모스아파트)씨는 그날 새벽의 일을 생생히 기억합니다. 밤새 내리던 비와 천둥번개로 선잠을 자고 있을 때였죠. 아파트 전체에 울려 퍼진 안내방송을 신호로 갑자기 주변이 시끌벅적해졌습니다. 위기를 감지한 아파트 주민들이 쏟아져 나왔지만, 이미 상황은 심상치 않았습니다. 키보다 높은 수위로 아파트 1층까지 들어찬 흙탕물에 주민들은 발만 동동 굴렀습니다. 높은 층에 모여 119와 112의 구조를 기다리는 것이 할 수 있는 최선이었죠. 김씨는 “여기저기서 울음소리와 비명소리가 들리고… 주민 모두가 혼란과 두려움에 빠져 제 정신이 아니었던 같았다”고 했습니다.

 

 

 

 

 

20200803_071818_5f27ba3a451c0.jpg
30일 아침, 김 씨가 사는 코스모스아파트에서 펼쳐진 구조현장 모습(사진: 주민 영상 캡처)

 

 

 

 


수해 안전지대였던 대전, 30년 만의 물난리 참사

 

 

 


국지성 집중호우로 전국이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지난 7월 24일부터 부산, 강원 삼척, 경북 영덕 등이 연쇄적으로 수마(水魔)에 휩싸이며 극심한 피해가 발생하고 있죠. 대전을 포함한 세종‧충청 지역도 이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습니다. 지난 29일 밤부터 30일 새벽 사이 천동·번개를 동반한 폭우가 시간당 80mm이상 쏟아지며, 주택과 도로, 선로 등이 물에 잠기는 등 비 피해가 이어졌습니다.

특히 대전 서구 정림동 일대의 피해는 치명적입니다. 김봉준 씨가 거주하는 코스모스아파트의 경우, 인근 고봉산에서 흘러내려온 수량까지 그대로 유입되며 순식간에 물에 잠겼죠. 이번 폭우로 아파트 두 개 동의 1층 28세대와 차량 100여대가 침수됐고, 1명의 사망자까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31일 기준).

 

 

 

 

20200803_071841_5f27ba516dee8.png
침수피해를 당한 코스모스아파트의 피해 상황

 

 

 

 


지난 31일 아침에 찾아간 코스모스아파트는 복구 작업이 한창이었습니다. 여전히 부슬비가 가느다랗게 내리고 있었지만, 피해 현장을 다시 찾은 주민들과 전국에서 모인 200여명의 자원봉사자들, 방역을 위한 소독차량과 침수차량을 끌고 가는 견인차까지 한데 어우러져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죠.

씁쓸한 표정으로 물에 잠긴 가구와 집기를 빼내고 있던 최인호(가명‧69‧코스모스아파트)씨는 “이 정도 피해는 30년 만에 처음”이라고 말합니다.

“자고 있는데, 물이 갑자기 확 들이치더라고. 마치 쓰나미처럼 말야. 이 아파트에서 30년 넘게 살았는데, 30년 전에도 이런 침수가 한 번 있었어. 그때하고 모든 상황이 똑같아. 간밤에 혹시나 해서 차를 미리 옮겨둔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지…”

최 씨의 말처럼, 이 지역의 침수 사례는 수십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찾을 수 있습니다. 대전은 자연재해의 피해를 비교적 덜 받는 곳이기도 하죠. 유영식 대전시 서구 복지정책과 과장이 “10년 전 쯤 폭설 피해를 당한 게 우리 지역의 가장 큰 자연재해였다”고 말할 정도입니다. 현장에서 만난 주민들이 “폭우나 홍수로 이재민이 되는 건 우리와 상관없는 일인 줄로만 알았다”며 안타까워하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겠죠.

약간의 방심은 큰 화로 되돌아왔습니다. 설상가상 코로나19 국면과 겹쳐 피해 복구를 위한 이재민들과의 소통도 원활치 않은 상황입니다. 실제로 피해 당일 임시대피시설 겸 구호물품 배분본부 역할을 하던 오량실내테니스장에 모였던 주민들은 ‘거리두기’를 지키기 위해 청소년수련원과 자연휴양림 등으로 뿔뿔이 흩어졌습니다.

유영식 과장은 “이런 상황을 겪어보니 대전도 자연재해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걸 크게 절감할 수 있었다”면서 “앞으로 조금 더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정비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주민들 개개인의 피해는 이루 말할 수도 없습니다. 물류 쪽 일을 하는 김봉준 씨는 보유 중이던 오토바이 4대가 몽땅 물에 잠겨 당분간 생업에 나설 수도 없는 처지입니다. 무엇보다 심각한 건 정신적인 상처겠죠.

“우리 아파트에서 희생자가 나왔잖아요. 그 분 시신을 수습하는 걸 제가 직접 봤거든요. 너무 무섭고 충격적이었어요. 전에는 비를 엄청 좋아했는데, 이젠 비가 조금만 오면 아무데도 못 갈 것 같아요. 번개라도 치면 더 무서울 것 같고…” 

 

 

 

 

20200803_071901_5f27ba6547ce2.jpg
희망브리지가 피해 주민들을 위해 마련한 오량실내테니스장의 임시대피소

 

 

 

 


위기를 넘어 일상으로, 희망브리지가 돕겠습니다!

 

 

 

 


최근 연이어 발생하고 있는 집중호우 피해 지역에서 구호물품 및 피해복구 지원, 세탁구호 활동 등으로 이재민들의 아픔을 달래고 있는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이하 희망브리지)는 대전에서도 그 활약을 이어갔습니다. 피해 발생 당일 오후에 현장으로 급파되어 사태파악에 나섰죠.

30일 당일에만 임시대피소 칸막이 122동, 생수 4,800개(2리터), 체육복 480점, 양말 800점, 수건 600세트, 매트릭스 360점, 햇반 500개, 컵라면 512개 등을 대전 서구청을 통해 지원하며 주민들의 불편과 불안을 덜어주었죠.

재해지역 최고의 도우미로 통하는 세탁구호 차량 2대는 일찌감치 코스모스아파트 입구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희망브리지가 보유한 세탁 차량은 18kg 세탁기 3대, 23kg 건조기 3대가 장착되어 폭우피해로 오염된 의류와 이불을 가장 빠르고 청결하게 복구시킬 수 있습니다. 하루 8시간 기준 약 1,000kg의 세탁물 처리가 가능하죠. 현장에서 만난 박현민 희망브리지 구호팀 과장은 “피해가 발생한 지 이틀째까지는 침수된 물을 빼고, 침수차량을 끌어내는 등 큰 것들 정리하는 시간이었다”면서 “오늘 오후부터 본격적인 세탁구호 활동이 전개될 예정”이라고 했습니다.  

 

 

 

 

20200803_071931_5f27ba832f3f8.png

코스모스아파트 근처에 배치된 희망브리지의 세탁구호차량 모습

 

 

 

 


“총각들, 이것 좀 같이 들어줘.”

진흙 묻은 가구를 끌어내던 아파트 주민 한 명이 붉은색 조끼를 입은 청년들에게 도움을 청합니다. 바로 희망브리지가 출동한 구호 현장이라면 어디든 도움의 손길을 보태는 대학생 자원봉사자들이죠. 실의에 빠진 피해주민들을 돕기 위해 단숨에 달려온 20명의 자원봉사자들은 피해주민들과 함께 오염된 집기와 가구를 나르며 굵은 땀방울을 흘립니다.

충북대 봉사동아리 ‘위더스’ 소속의 배준환(24) 씨는 “2017년에 우리 집도 침수 피해를 겪은 적이 있어서 이번 일이 남의 일 같지가 않았다”면서 “주민들이 하루라도 빨리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작은 힘이라도 보탤 생각”이라고 말했습니다. 같은 동아리 소속의 김도훈(25)씨는 “어제 뉴스를 보자마자 도우러 올 계획을 세웠다”면서 “피해 주민 분들이 너무 힘든 상황이라 비가 더 오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라고 했습니다.  

 

 

 

 

 

20200803_071919_5f27ba77cb434.png
주민들과 합심하여 피해복구에 나서고 있는 희망브리지 대학생 봉사자의 모습

 

 

 

 


세탁구호 차량의 제작 지원 등 희망브리지의 구호활동에 늘 큰 힘을 보태주고 있는 현대자동차 그룹의 임직원들도 바쁜 시간을 쪼개 현장을 찾았습니다. 5명의 직원들과 함께 현장에 방문한 이재복 현대차 대전서비스센터 고객지원팀 팀장은 “어제 (피해)뉴스를 보자마자 희망브리지와 소통하며 우리가 도울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 논의했다”면서 “현장에서 할 수 있는 일에 손길을 보태는 것은 물론, 피해 주민들의 실질적인 요구를 수렴해 추후 지원하는 방안도 고민해보려 한다”고 했습니다. 실제로 현대차 그룹은 이번 침수 피해를 당한 전 가구를 대상으로 전자레인지를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합니다.  

 

 

 

 

20200803_072014_5f27baaebf605.jpg
현대차그룹을 대표하여 현장에서 땀을 흘린 자원봉사자들의 모습 (사진교체)

 

 

 

 


이번에 큰 피해를 당한 대전 서구 지역은 지난달 초 코로나19 확진자가 연속적으로 발생해 곤욕을 치른 곳이기도 합니다. 여기에 급작스런 자연재해까지 겹치며 어려운 나날을 보내고 있죠. 반복되는 난관에 지쳐가는 우리 이웃들에게 그 어느 때 보다 따뜻한 위로의 손길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한편 국내 자연재해 구호금을 지원할 수 있는 법정 구호모금 전문기관인 희망브리지에서는 이번 폭우 피해로 실의에 잠긴 이웃들을 돕기 위해 긴급 모금을 진행 중입니다. 계좌이체 후원(국민 054990-72-003752 전국재해구호협회)이나, 1통화 당 3천 원이 기부되는 ARS 전화(060-701-1004), #0095로 문자를 보내면 1건당 2천 원이 기부되는 문자기부로 손쉽게 동참할 수 있죠. 또한 해피빈 및 카카오 같이가치 모금함을 통해서도 여러분의 따뜻한 마음을 나눌 수 있습니다(문의 1544-9595, www.relief.or.kr).

 

 

 


 

#대전 # 물폭탄 # 집중호우 # 수해
facebook url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