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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프트하우스 캠페인 시즌6] #1 “흙더미는 쏟아지고, 부엌은 물바다 되고… 40년 간 빗소리에 냉가슴 앓았죠.”

2020.07.16

[기프트하우스 캠페인 시즌6]  #1 “흙더미는 쏟아지고, 부엌은 물바다 되고…

40년 간 빗소리에 냉가슴 앓았죠.” 

 

 

 

 

 

"난리도 그런 난리가 없었지. 밤새 한숨도 못 잤어."

 

 

 


정순자(가명‧73) 할머니가 지긋지긋하다는 표정으로 그 날 밤을 회상합니다. 지난 6월 중순, 할머니가 살던 전북 완주군에 이틀간 140mm에 달하는 폭우가 퍼부었습니다. “밤새 ‘두둑두둑’하고 흙더미랑 돌덩이 쓸려 내려오는 소리가 들리더라. 진짜 뭔 일 나는 줄 알았다니까…”라는 말 속에는 그날 밤의 위태로움이 고스란히 묻어납니다. 마을에서 가장 오래된 흙집. 산기슭에 위치하여 비만 오면 산사태와 침수로 고생하는 집에서 어언 40년. 할머니의 고단함은 그 세월만큼 켜켜이 쌓여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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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완주군의 정순자 할머니의 집, 산과 맞닿아 있는 모습이 아슬아슬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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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순자 할머니(사진)는 이 집에서 40년을 보내셨습니다.

 

 

 

 


하루 폭우에 삼일 동안 물을 퍼내야 하는 집

 

 

 

 


정순자 할머니는 막 고등학교에 입학한 손녀딸과 단칸방을 쪼개 씁니다. 이른 바 조손가정이죠. 할아버지는 3년 전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거처는 기력 없는 할머니와 여고생에겐 야속하리만큼 허약합니다. 흙에 얇은 합판을 덧대 만든 외벽은 세월에 눌려 허물어져 갑니다. 집 외부 여기저기에는 밀려나온 흙벽이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갈라지고 바스라지기까지 했습니다. 매일매일 조금씩 무너지고 있는 셈이죠. 그렇다고 어디 하나 손 댈 수 있는 상황도 아닙니다. 섣불리 손댔다가 진짜로 무너져 내릴 수도 있기 때문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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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저기 갈라진 흙벽, 처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한 채 밀려나오고 있는 모습도 보입니다.

 

 

 


갈라진 외벽 틈새로 들이치는 칼바람도 문제지만, 진짜 심각한 건 여름 장마입니다. 늘 산사태의 위험에 직면해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작년에는 흙탕물이 싣고 온 자갈들이 집 앞까지 들이닥쳐 오밤중에 피신하는 사태까지 벌어졌습니다.

부엌에 차오르는 건수(乾水‧장마 때 땅속에 스몄던 물이 솟아나서 괴는 물)도 큰 곤욕입니다. 비가 좀 왔다 싶으면 어김없이 부엌이 물바다가 됩니다. 부엌 아궁이에 난방을 의지하는 할머니와 손녀가 비만 오면 벙어리냉가슴을 앓는 이유입니다.

“부엌에서 물만 퍼내다가 40년이 지난 것 같아. 비가 제대로 한 번 내렸다 싶으면 잠긴 물이 빠지는데 한 삼일 걸리거든. 아무것도 못하고 아무데도 못가고 종일 물만 퍼내고 있는 거야. 눅눅하고 축축한데 불도 못 때니까 아주 곤욕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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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집의 재래식 부엌은 비만 오면 물에 잠깁니다.

 

 

 


할머니를 따라 들어간 부엌은 그을음과 곰팡이가 뒤섞여 있는 모습입니다. 진흙 바닥은 금세라도 물이 차오를 것처럼 눅눅합니다. 하지만 이마저도 할머니에겐 너무나 소중한 공간입니다. 여기서 밥도 짓고, 씻기도 하고, 아궁이에 불도 땝니다. 그 모든 걸 앗아가는 비가, 그 비에 속수무책인 집이 야속해질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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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엌 아궁이의 모습. 물에 잠기면 가장 먼저 포기해야하는 것 중 하나입니다.

 

 

 

 


귀신 나오는 집에 산다고 놀림 받던 손녀를 위해…

 

 

 

 


고생스런 것 투성이지만, 할머니는 의외로 긍정적입니다. 성품 자체가 밝고, 생활력도 강한 덕분입니다. “처음 왔을 때부터 너무 볼품없어서 3년 만 있다 나가자 했는데 40년을 눌러 앉았네”라고 너스레를 떨 정도로 여유도 있습니다.

정부보조금 외에 이렇다 할 수익도 없고, 손을 보태줄 식구들도 마땅찮은 상황에서 할머니는 매일매일 자신을 일으킵니다. 집 앞 한 뼘의 땅도 놀리지 않고, 마늘도 키우고 고추도 키웁니다. 소작하는 땅에선 손수 벼농사도 짓습니다. 심지어 하루가 멀다 하고 직접 나무지게를 메고 산에 오르기도 합니다. 이유는 단 하나. 하나뿐인 손녀를 위해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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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앞 고추밭을 소개하는 할머니(좌), 난방용으로 쓸 땔감 역시 모두 할머니가 직접 마련한 것입니다.

 

 

 

 


손녀딸 역시 이런 할머니의 마음을 잘 압니다. 어려운 형편이지만, 요구 한 번 투정 한 번 하는 법이 없습니다. 오히려 자기 용돈을 쪼개 할머니 간식거리를 사올 정도로 효심이 지극합니다. 마을에서 이 둘은 이미 유명합니다. 온 마을 사람들이 한 목소리로 “너무 열심히 사시는 할머니와 너무 기특한 손녀”라고 말할 정도죠.

하지만 할머니는 늘 마음 한 구석이 아립니다. 착한 손녀에게 더 해주지 못한다는 죄책감 때문입니다.

“어느날인가. 밖에서 ‘귀신 나오는데서 산다’는 말을 듣고 왔다고 끌탕하더라고. 자긴 괜찮다고 하는데… 에휴 마음이 아프지. 번듯한 공부방까진 아니어도, 조금만 더 멀쩡한 집에서 살게 해주면 얼마나 좋아. 우리 손녀 공부 잘해서 좋은 직장 얻고, 시집가는 거 보고 죽는 게 내 유일한 소원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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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특한 손녀, 할머니가 논일밭일을 마다하지 않는 이유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큰 선물상자, 기프트하우스 캠페인이 여섯 번째 시즌!

 

 

 


정순자 할머니의 소원을 이뤄주기 위해 ‘기프트하우스 캠페인’이 시즌6으로 돌아왔습니다. 지난 2015년부터 전개된 ‘기프트하우스 캠페인’은 노후화 된 주택에서 불편하고 불안한 삶을 이어왔지만 자력으로 개선할 여력이 없는 재난위기가정에 모듈러 주택을 영구적으로 지원하는 주거환경개선 프로젝트로 희망브리지와 현대엔지니어링이 함께하고 있습니다.

첫 해 충북 음성군의 4세대를 시작으로 2016년 경북 청송군, 전북 진안군, 경기 포천군, 전남 장흥군에 총 6세대, 2017년 강원 홍천군 6세대, 2018년 전남 장흥군 5세대, 그리고 지난해 충복 옥천군과 경북 청송군, 경남 의령군에 3세 대 등 5년간 24세대에 새로운 희망을 전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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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기프트하우스 캠페인> 시즌5를 통해 충북 옥천군에 시공된 모듈러 주택 외부 모습

 

 

 

 


현대엔지니어링의 자체 기술로 개발된 집은 8.2평형의 분리형 원룸 형태로 주방 시설과 화장실, 수납공간 등을 완비하고 있습니다. 재래식 주택과 달리 음식을 조리하거나 화장실에 갈 때 더 이상 밖으로 나갈 필요가 없어 몸이 불편한 어르신들께는 안성맞춤이지요. 이중창이 시공된 두꺼운 벽체와 이중 지붕으로 견고함과 단열성능을 고루 갖췄고, 전기 난방시설도 완비해 한겨울 추위에도 끄떡없습니다.

지난 2018년부터는 약 3평형의 별채 창고를 함께 지어드리고 있습니다. 수혜가구 대다수가 농촌 세대이므로 창고 공간의 필요성을 반영한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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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설치된 모듈러 주택의 내부 모습

 

 

 

 


올해 역시 노인 가구 및 재난 위기가정 등 총 4세대에 새로운 희망을 선사합니다. 여섯 번째 시즌을 맞아 올해 기프트하우스 캠페인이 찾은 곳은 전북 완주군와 충남 공주시, 그리고 경남 합천군, 전남 장흥군입니다. 각 지자체의 추천을 통해 주택의 붕괴 위험도가 큰 노인 가구를 지원 대상 가구로 선정한 것이죠. 오는 9월말까지 모든 대상 가구의 모듈러 주택 설치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정순자 할머니와 손녀가 쾌적하고 안전한 집에서 추석을 맞을 수 있다는 얘기죠.

“정말 해주시는 거여? 손녀에겐 너무 기대하지 말라고 했는데… 이젠 자신 있게 기대해보라고 해도 되겠구만(웃음)”

할머니의 집은 올 여름 현재 거주하시는 주택을 철거 한 후 기초공사를 거쳐 기프트하우스가 새롭게 들어설 예정인데요. 8평, 작은 공간의 변화가 고된 삶을 살아온 할머니와 기특한 손녀딸에게 커다란 희망으로 다가가기를 바랍니다. 재난위기가정에 안전한 모듈러 주택을 제공해 사전에 재해를 예방하는 기프트하우스 캠페인 시즌6. 그럼 올 가을 감동적인 입주식 현장 이야기로 다시 찾아올게요!

 

 

 

 

#기프트하우스 # 캠페인 # 현대엔지니어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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