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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WER Interview] 희망을 조제하는 약사, 박승현 다함봉사단 단장

2020.06.01

[POWER Interview] 희망을 조제하는 약사, 박승현 다함봉사단 단장

 

 

 

 

"꼭 가고 싶습니다!"

 


무엇엔가 홀린 듯 대답했다. 새로운 것에 대한 두려움이나 현실적인 고민 같은 건 없었다. 그저 운명처럼 ‘내가 해야 할 일’이라고 느꼈던 것. 바로 해외 의료봉사였다. 박승현 다함봉사단 단장에게 2007년 여름은 그야말로 인생이 바뀌는 순간이었다.

지난 2007년 4월 무렵, 경기도 고양시는 자매결연을 맺고 있던 몽골 만달고비 지역에 파견할 의료봉사단을 꾸렸다. 그런데 약사 한 명이 부족했다. 지역 내 약사들에게 참여 제안을 했는데, 고양시민이자 10년차 약사였던 박승현 단장도 그중 한명이었다.

“아이들이나 어르신들 돕는 노력봉사는 간간히 해봤어도 의료봉사 경험은 없었어요. 그런데 이상하게 불쑥 ‘내가 가겠다’고 답하게 되더라고요.(웃음)”

3개월의 준비 끝에 몽골에 다다랐다. 목적지는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에서 버스로 12시간 걸리는 외딴 마을. 덜컹거리는 비포장도로를 달리고 또 달렸다. 그렇게 도착한 마을은 그야말로 오지였다. 물도 전기도 귀한 조그만 동네. 그런 곳에서 의사 3명, 간호사1명, 약사 1명이 3일간 1천200명의 환자를 살폈다. 치료를 위해 5시간씩 걸어 온 사람도 있었다. 하루 12시간씩 서서 일하며 퉁퉁 부은 종아리는 어느새 파스 투성이가 됐다. 당시만 해도 ‘인생에서 두 번 다시 못해 볼 좋은 경험’이라 생각하며 감내했다. 14년이 흐른 지금, 박승현 단장은 여전히 같은 길을 오가며, 같은 일을 한다. 더 많은 사람들과, 더 본격적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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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현(사진) 다함봉사단 단장

 

 

 

 


‘약사보단 봉사’ 의료봉사가 만든 삶의 변화

 

 

 


2007년 고양시가 주관했던 의료 봉사활동은 이후 5년 간 이어졌다. 그 사이 의사나 간호사 등 멤버가 수도 없이 바뀌었지만 박승현 단장만은 늘 그 자리를 지켰다. 이유는 단 하나. 세상에서 가장 즐거운 일이었기 때문이다.

“원래 흥미 거리가 별로 없는 타입이었어요. 좋은 집, 좋은 차 같은 것들에도 관심이 없었죠. 그런데 봉사는 달랐어요. 한번 다녀오면 소위 ‘그로기’ 상태가 되는데도 2주 만 지나면 또 불쑥불쑥 생각이 나는 거예요. 치료 받고 활짝 웃는 현지 주민들의 얼굴도 그리웠고요.”

고양시의 활동이 공식적으로 종료된 시점에서도 그랬다. ‘우리가 직접 꾸려볼까?’라는 생각을 한 것도 그 즈음이다. 그런 생각이 실천으로 옮겨져 탄생한 것이 바로 재능의료봉사단 ‘다함’(이하 다함봉사단)이다. 고양시에서 활동을 함께했던 의료진들을 포함, 80명의 회원들이 ‘다함께 능력을 다해, 다함께 같이 가는 사회를 구성하자’는 취지로 2012년 5월에 첫 깃발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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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함봉사단은 필리핀, 몽골, 베트남 등지에서 해외지역 의료봉사 수행한다.

 

 

 

 


다함봉사단이 공식 출범하면서 박승현 단장의 봉사 인생도 본격적인 막이 올랐다. 초기 연 1회씩 진행하던 해외 의료 봉사활동은 현재 연 3회로 늘었다. 그때그때 자발적인 참여로 멤버가 구성되는데, 의사와 약사, 간호사, 회사원, 기업인, 교사, 학생 등 다양한 사람들로 팀이 꾸려진다. 현재 공식적인 회원 수는 100여 명. 지금까지 베트남, 몽골, 필리핀, 방글라데시 등을 무대로 활동했다. 어느 나라 어느 마을을 가더라도 최소 3년간은 꾸준히 방문하며 해당 지역의 위생보건 환경을 개선하려 애쓴다. 해외 봉사활동이 없는 시기에는 매 달 한 번씩 국내 거주 미등록외국인을 위한 의료봉사 활동을 진행한다.

 

 

 

 


한 번도 안 한 사람은 있지만, 한 번만 하는 사람은 없다

 

 

 

 


다함봉사단은 순수 민간단체다. 지자체 예산도, 외부 모금도 없이 자체적으로 운영된다. 박승현 단장이 봉사단 사무실 한 칸의 비용을 도맡고, 해외 활동이 있을 때는 참가자들이 십시일반 활동비나 지원 물품을 모으는 식이다. 박 단장은 “많을 때는 한 사람당 250만 원을 내고 참가하는 경우도 있다”고 귀띔했다.

단원들이 자비까지 털어가며 고행길을 자처하는 이유는 하나. 봉사가 그만큼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세상의 즐거움은 잠깐이지만 봉사의 기쁨은 평생가요. 매번 다들 가고 싶어 하고, 행여 개인 사정으로 활동에 참가하지 못하는 단원들은 굉장히 아쉬워하죠. 봉사단 사이에서 ‘한 번도 안 온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온 사람은 없다’고 말할 정도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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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즐거움은 유한하지만, 봉사의 기쁨은 무한하다고 말하는 사람들

 

 

 

 


고양시에서의 활동을 포함, 14년을 한 결 같이 이어온 치유의 손길. 그 사이 박승현 단장과 다함봉사단은 전문성과 진정성을 인정받는 단체로 성장했다. ‘제대로 하는 곳’이라는 입소문이 돌면서, 큰 단체들과의 소통 창구도 지속적으로 마련되고 있다. 국제보건의료재단에서 의약품을 지원해주고, 종교단체들이 정기 후원을 해주는 식이다. 박 단장은 행정안전부 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함부로 몸집을 키우려는 시도는 하지 않는다. 설립 당시 가졌던 마음, ‘너무 소란스럽지 않게, 화려하지 않지만 내실 있게’ 하려는 의도가 훼손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박 단장은 “처음에는 좋은 뜻을 가졌던 단체들이 비리에 연루되거나, 돈 문제로 와해되는 경우를 많이 봤다”면서 “우리는 우리가 그토록 즐거워하는 의료봉사를 지속해 나가는 것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덧붙였다.

 

 

 

 


희망브리지와의 인연, 선한 영향력의 시너지를 낳다

 

 

 

 


박승현 단장은 지난해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이하 희망브리지) 자문위원으로 위촉됐다. 희망브리지가 재난구호의 특성을 가진 전문단체인 만큼, 의료봉사단을 이끄는 박 단장과의 만남은 자연스럽다. 그런데 이들의 인연에는 조금 더 특별한 사연이 있다. 지난 2012년 다함봉사단의 필리핀 의료봉사 활동에 최재봉 희망브리지 모금팀장이 참여했던 것이 계기가 됐던 것. 박 단장은 당시 최재봉 팀장에 대해 “열정적으로 봉사하면서도 긍정적인 에너지로 주변을 즐겁게 하는 모습이 특히 인상적이었다”고 회상했다.

이런 인연은 선한 영향력의 확산으로 이어졌다. 해외구호 활동에 늘 관심이 많았던 희망브리지에게 해외봉사 경험이 풍부한 다함봉사단은 좋은 가이드이자 파트너가 됐다. 태국 홍수 지역 해외봉사(2012년), 방글라데시 의료 봉사(2013년), 방글라데시 어린이 영양 보건 지원 및 의료 봉사(2019년) 등이 그러한 파트너십의 결과물이다.

최근에는 보다 특별한 성과도 있었다. 박 단장은 고양시에서 미등록외국인을 위한 의료봉사 활동을 하던 중 코로나19로 위독한 대만계 중국인 할아버지 발견했는데, 희망브리지의 모금을 통해 이 환자의 수술‧입원비를 충당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박 단장은 “복지 사각지대에 있었던 환자라 희망브리지의 도움이 없었다면 목숨을 잃었을 것”이라며 “앞으로도 어려운 사람들에게 희망의 다리를 놓아주는 희망브리지와 함께 의미있는 활동을 이어나가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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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위한 희망의 다리가 되어주고 싶은 희망브리지와 다함봉사단

 

 

 

 


다함봉사단은 앞으로도 치유의 손길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해외 곳곳을 누빌 계획이다. 지금까지 아시아에 집중했던 시야를 아프리카 지역으로 넓힐 계획도 가지고 있다. 순수하게 봉사가 좋아서 시작한 단체인 만큼, 일반인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유도하여 나눔의 기쁨을 함께하고 싶다는 욕심도 있다.

“의료봉사단이라고 의료진만 있는 건 아니에요. 팀을 한 번 꾸리면 의료진은 8명 정도밖에 안되죠. 노력봉사도 재능봉사도 모두 가능합니다. 중학교 때부터 봉사단에서 이것저것 도와주다가, 지금은 같이 해외로 나가서 현지 아이들과 과학키트를 만들거나 미술활동을 해주는 청년들도 있죠. 마음만 있다면 모두 봉사의 기쁨을 누릴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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