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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家의 사람들] “이재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게 우리의 모금 전략” 최재봉 희망브리지 모금팀장

2020.05.27

[희망家의 사람들] “이재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게 우리의 모금 전략”

최재봉 희망브리지 모금팀장  

 

 

 

 

 

"밤새 대책회의를 하고 아침에 바로 산불 현장으로 달려갔더니, 간밤에 내려 보냈던 구호물품이 이미 와있더라고요. 굉장히 기민하게 이뤄졌던 거죠."

 

 


최재봉(43)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이하 희망브리지) 모금팀장은 지난해 4월 4일을 잊지 못한다. 마침 그날은 전국 지방자치단체 재난담당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재난대응에 대한 집체교육이 진행되고 있었다. 그런데 당일 교육을 마치자마자 비보가 날아들었다. 강원도 지역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했다는 내용, 바로 ‘4‧4강원산불’ 소식이었다.

당시 제주도에 위치했던 교육 장소는 곧장 ‘비대위’가 되었다. 현장에 속초, 고성 등 피해지역 공무원들도 포함되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제 막 재난 대응 교육을 마쳤던 터라 반응도 빠르고 손발도 잘 맞았다. 다음 날, 아침 첫 비행기로 피해 현장에 도착한 최재봉 팀장은 피해 상황과 필요 자원을 빠르게 파악하여 이를 희망브리지와 네트워크를 형성한 기업에 공유했다. 기업들의 재난 기부를 유도하는 동시에, 구호품의 중복을 피하기 위한 조치였다.

지자체와의 유기적인 연계, 한 발 빠른 현장 대처, 수요 파악과 자원 연결 등이 어우러진 희망브리지의 산불 대응은 놀라운 결과를 낳았다. 강원 산불 모금에 참여한 국내 10개 단체 중에서 월등한 규모의 기부금을 유치한 것. “구호활동(사업)과 모금은 떨어뜨려 생각할 수 없다”는 최재봉 팀장의 철학이 여실히 검증된 셈이다. 현장의 이재민들이 진짜 필요로 하는 것을 찾아내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경쟁우위적인 사업을 지속적으로 펼쳐간다면 모금도 자연히 탄력을 받는다는 생각, 무려 14년 간 숙성시킨 단단한 철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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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산불 현장 인근 초등학교에서 현장 모금을 진행하고 있는 최재봉(사진) 희망브리지 모금팀장

 

 

 

 


다재다능한 크리에이터의 색다른 도전

 

 

 

 


지난 2006년 입사해 홍보, 교육, 모금 파트 등을 두루 경험한 최재봉 팀장은 현재의 희망브리지 체계를 갖춘 주역 중 한 명이다. 기관 내외의 자원봉사 활동을 일부러 찾아다닐 정도로 활동가적인 면모를 보이지만, 사실 그는 창작자적인 성향도 뛰어났다. 문예창작과를 전공하며 시나 소설 창작을 공부하기도 하고, 대학 신문사의 편집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사회생활도 월간지 기자로 시작했다. 그러던 중 한 기획사에서 홍보 업무를 접하며 시야가 넓어졌다. 오기와 호기심이 강한 그의 성격은 기획과 커뮤니케이션 활동이 기초가 되는 홍보와 잘 맞았다. 처음 희망브리지에서 제안을 받은 업무 역시 홍보였다.

“어딘가 올려 둔 이력서를 보고 연락을 하셨더라고요. 모금기관이라 홍보가 절실한데, 같이 일해보지 않겠냐고요. 원래 시민단체나 비영리 쪽에 관심이 많아 크게 고민하지 않고 합류하게 됐죠.”

막상 들어와 보니 업무 영역이 굉장히 협소했다. 홍보물을 만들거나, 홈페이지를 관리하고 보도자료를 배포하는 정도였다. 기관이 가진 홍보의 니즈는 컸지만, 홍보할 ‘거리’들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특유의 오기가 발동했다. 단순히 ‘서포트 역할’에 그칠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체계를 만들어 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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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가지고 있었던 비영리 분야에 대한 관심이 최재봉 팀장을 희망브리지로 이끌었다.

 

 

 

 


최재봉 팀장의 선택은 후자였다. 시를 쓸 때는 시인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소설을 쓸 때는 소설가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던 그는 구호활동가의 시선으로 세상을 대하기로 결심했다. 첫 걸음은 관련 분야와 업무에 대한 ‘과외’였다. 다른 모금‧구호 단체들이 어떤 사업을 하고, 어떤 홍보를 하는지 공부했다. 학습효과가 쌓이다보니, 나름의 방향성이 보였다.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사업과 홍보, 그리고 모금은 마치 트라이앵글처럼 함께 가야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홍보 파트로 입사했지만, 사업과 모금 영역까지 넘나들며 활동했던 이유도 그래서였다.

이런 의지를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가 바로 ‘희망T캠페인’이다. ‘희망T캠페인’은 기후난민 어린이 살리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자연재난으로 피해를 입고 삶의 터전을 잃은 전 세계 기후난민 어린이들을 위한 참여형 기부캠페인이다. 희망T키트를 구매하면 그 판매수익이 기후난민 어린이들을 위한 영양보건사업으로 이어지고, 캠페인 참여자가 직접 그린 희망T도 함께 선물로 전달된다.

초기 기획부터 상품생산, 영업활동까지 캠페인 전반을 이끌었던 최재봉 팀장은 이를 통해 두 가지를 얻으려 했다. 첫 번째는 재난이 아닌 상황에서의 지속적이며 안정적인 모금이다. 기관 특성상 거의 모든 모금이 재난 발생 시 이뤄졌는데, 이는 예방, 교육, 회복 사업을 위한 재원의 부재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기업들과의 네트워크다. 이를 위해 설계 단계부터 기업의 임직원들이 함께 참여하는 캠페인으로 구상했고, 실제로 수백 개의 기업이 희망T캠페인에 동참했다. 최 팀장은 “희망T캠페인 이전에는 기업 지정기부사업이 활성화 되지 않았는데, 이 캠페인을 통해 기업들과 연을 맺으며 지정기부사업이 활발히 진행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면서 “캠페인에 참여하며 우리 기관의 진정성을 느낀 기업들이 다른 사업까지 참여하는 사례도 많았다”고 설명했다. 희망브리지와 함께 해외 보건의료사업을 펼쳤던 삼성물산이나, 소방서 심신안정실 지원사업을 진행했던 KB손해보험과 같은 곳들의 출발점 역시 모두 희망T캠페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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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브리지 기업 지정기부사업의 다리가 되어 주었던 ‘희망T캠페인’

 

 

 

 


정말 필요한 부분 어루만지면, 모금은 자연스레…

 

 

 

 


희망T캠페인으로 검증된 최 팀장의 기획력은 기관 내에서도 손에 꼽힌다. 희망싸개 캠페인, 프롬디어스 캠페인 등 기관을 대표하는 사업들은 모두 그의 손을 거쳤다. 모금팀장이지만, 홍보‧모금 이전에 진정성 있는 활동에 더 주목했기에 가능했던 기획력이다.

최재봉 팀장은 자신이 가진 기획력의 비결에 대해 ‘찾는 것’과 ‘표현하는 것’을 든다. 찾는 것은 이재민들이 절실히 필요로 하는 걸 찾아야 한다는 것, 즉 수요에 기반한 사업을 의미한다. 늘 재난 현장에 가장 먼저 당도해 피해 현장을 면밀히 둘러보는 것도 이를 위한 움직임이다. 최 팀장은 “우리 기관이 ‘재난’이라는 키워드에 집중하는 만큼, 굉장히 좁거나 특수한 영역이라고 볼 수도 있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우리만 할 수 있는, 우리가 꼭 해야 하는 부분도 분명히 있다고 생각하고 이를 위한 역량을 키우기 위해 노력한다”고 밝혔다.

표현에 대한 부분은 그의 창작자적 성향에 기인한다. 급작스럽게 모든 것을 잃게 되는 재난의 특수성을 고려해 절망보다 희망을 표현하려 애쓴다. 절망을 부각시키며 모금을 짜내는 방식은 기관의 미션과도 개인의 철학과도 맞지 않는다. 표현에 대한 그의 고민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가 바로 ‘2019 감사의 밤 행사’에 등장한 감사패였다.

“강원 산불 복구에 도움을 주신 분들을 모시고, 감사의 말씀과 감사패를 전하는 자리였죠. 그런데 크리스탈로 만든 멋들어진 상패가 무슨 의미인가 싶더라고요. 그래서 고성 주민들과 협의해서 산불 당시 타버린 나무를 활용했어요. 전문 작가들과 협업해서 액자도 만들었죠. 불타는 어둠의 기억과 불 타버린 산에서 다시 생명이 소생하는 희망을 함께 담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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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브리지의 의지와 열망을 담은 감사패.

거의 모든 수상자가 감사패를 사내에 정중히 비치했다는 후문이 있을 정도로 큰 호응을 얻었는데, 이 역시 최재봉 팀장의 아이디어다.

 

 

 

 


단순히 취향으로 발을 들였지만, 조직의 미션에 대한 공감과 ‘바꿔내고 싶다’는 오기가 맞물리며 조직 내 깊숙이 뿌리내리게 된 최재봉 팀장. 처음에는 다소 미미했던 소명의식도 14년 동안 무럭무럭 자랐다고 한다. 사업과 홍보, 모금의 트라이앵글을 단단하게 구축하며 기관 내 많은 경험과 노하우를 지닌 팀장으로 통하지만, 그는 “우리 기관도, 나도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말한다. 정기후원 및 개인 기부자 확대 등 모금팀장으로서 가지고 있는 과제도 여전히 산적한 상황. 그는 오늘도 대중에게 한 발 더 다가가기 위해, 친숙하고 따뜻하게 그들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우리 단체 개인기부자들 상당수는 재난으로 인해 우리의 지원을 받으셨던 분들이에요. 그들이 가장 잘 알거든요. 그 돈이 어떻게 쓰이는지,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지… 수혜자가 가장 믿는 단체, 수혜자가 가장 알아주는 단체의 정기후원자가 된다는 것. 굉장히 가치 있는 일이 아닐까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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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기부를 생각하셨다면, 수혜자가 가장 알아주는 단체로! 

 

 

 

 


 

#희망브리지 # 모금 # 크리에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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