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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ream in Screen] 영화 <김씨 표류기>와 <캐스트어웨이>로 알아보는 ‘슬기로운 고립생활’

2020.05.12

[Scream in Screen] 영화 <김씨 표류기>와 <캐스트어웨이>로 알아보는 ‘슬기로운 고립생활’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정부는 지난 3월 22일부터 4월 5일까지 약 2주 간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했다. 사태가 진정되지 않으면서 두 차례 시기를 연장했고 결국 지난 5월 5일까지 45일간의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이어졌다. 오랜 시간 자발적 고립상태가 지속되면서 사람들은 정신적 스트레스를 느꼈다. 실제로 지난 4월 환경보건시민센터가 전국 남녀 1천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22.3%가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고립감‧스트레스 등의 정신적 부작용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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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작스런 사회적 격리는 많은 사람들의 정신적 부작용을 야기했다.(사진:Unsplash)

 

 

 

 


다행히 사태가 진정되는 양상을 보이며 사회적 거리두기의 제약도 생활 속 거리두기로 완화되는 듯 했지만, 최근 이태원 클럽의 집단감염 사태로 다시 한 번 ‘위기론’이 돌고 있다. 급기야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가을에 다시 한 번 코로나가 유행할 것이라는 ‘가을 부활설’이 주목 받기도 한다. 이는 여전히 사회적 고립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다음에는 어느 정도의 기간을 참아야 할지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이를 대응해야 할까? 어떻게 해야 고립감을 이겨내고 ‘슬기로운 격리생활’을 할 수 있을까? 여기 극단의 고립상태에서 각자만의 방식으로 외로움을 견뎌낸 인물들을 통해 힌트를 얻어 보자.

 

 

 

※ 본 콘텐츠는 영화 <김씨 표류기>와 <캐스트어웨이>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법칙1. 생활의 규칙을 만들자_ <김씨 표류기>

 

 

 

 


일과 연애 모두에 실패하고 억대 빚을 진 남자 김 씨. 삶에 대한 비관으로 한강에 몸을 던지지만 자살시도마저 실패하고 한강의 중간 어디쯤에 위치한 밤섬에 불시착한다. 멀리서 이를 지켜보던 여자 김 씨 또한 크게 다를 바 없는 삶을 산다. 그녀는 3년째 방안에 틀어박혀 세상과 담을 쌓고 지내는 은둔형 외톨이. 그녀가 바깥을 바라보는 날은 일 년에 단 이틀, 민방위 훈련으로 온 세상이 멈추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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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김 씨는 한강 밤섬에 표류한다.(사진:나무위키)

 

 

 

 


그날도 그랬다. 민방위 훈련을 알리는 날카로운 사이렌 소리에 맞춰 인기척이 사라진 서울 곳곳을 훔쳐보던 여자 김 씨는 밤섬에 표류한 남자 김 씨를 발견한다. 흥미롭다. “외계인이 아닐까?” 혼잣말을 지껄이는 그녀. 남자 김 씨의 밤섬생활에 관심이 간다. 여자 김 씨는 밤섬에 표류한 남자 김 씨를 흥미롭게 지켜본다. 더 흥미로운 건, 정작 본인도 3년째 은둔 생활을 이어오고 있다는 사실이다. 여자 김 씨는 어떻게 그리 오랜 세월을 혼자 지낼 수 있었을까? 그 비결은 바로 ‘루틴’이었다. 고립 속에서도 자신만의 규칙을 세우고 그에 따라 생활했기 때문이다.

“기상은 아빠가 출근하고 난 여덟 시. 아침은 172칼로리, 아홉시까지 만보기에 숫자 3,000을 채웁니다. 점심은 525칼로리, 자기계발에 매진합니다. 모든 일정을 끝내고 퇴근한 후엔, 취미생활을 합니다. 달사진 찍기. 그리고 자기 전 만보기에 남은 숫자를 채웁니다.”(여자 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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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김씨를 발견한 여자 김씨는 붕 뜨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사진:mfcinerama)

 

 

 

 


고립감은 부정적인 감정을 초래한다. 불안과 외로움, 슬픔과 쓸쓸함 등의 모호하고 혼란스러운 감정들. 실제로 사회신경과학의 대가 존카치오포 시카고대 교수는 자신의 저서 <인간은 왜 외로움을 느끼는가>에서 외로움은 신체건강이나 뇌인지‧판단력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말한다.

인체의 생체리듬은 약 24시간의 주기를 가지고 수면과 각성, 호르몬 분비, 신진대사, 체온 등의 중요한 신체 및 정신기능을 조절한다. 이 리듬이 흔들리면 호르몬 분비에 악영향을 끼치고 소화장애 및 정신질환의 위험에 노출되기 쉽다. 반면 규칙적인 생활을 하게 되면 수면의 질이 높아지고 우울증과 불면증 등 정신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 사회적 고립이 초래하는 부정적 감정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첫 번째 단계는 ‘규칙적인 생활’을 시작하는 것이다. 하루 일과에 나만의 규칙을 세우고 이를 따르다 보면 정신이 맑아질 것이다.

 

 

 

 


법칙2. 관계를 구축하라_ <캐스트어웨이>

 

 

 


유명 택배사의 직원인 척 놀랜드. 크리스마스 저녁식사를 즐기던 그는 회사로부터 급한 호출을 받고 서둘러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그러던 중 폭풍우를 만나 태평양 한 가운데 추락하고 만다. 그는 간신히 탈출에 성공하지만 정신을 잃고 파도에 휩쓸려 한 섬에 표류하게 된다. 정신을 차리고 섬 이 곳 저 곳을 돌아다녀보지만 사람이라곤 찾아볼 수 없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불을 피우다가 손을 다친 그는 크게 분노한다. 그리고는 함께 휩쓸려 온 배구공을 저 멀리 집어 던진다. 피가 묻어 나뒹구는 배구공을 바라보는 척. 어떤 깨달음을 얻었는지 배구공을 다시 집어 얼굴을 그리고는 ‘윌슨’이라고 이름 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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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에 표류한 날짜를 새기는 척 놀랜드(사진:popsugar)

 

 

 

 


사람은 본질적인 욕구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받고 관계 안에서 사랑받고자 한다. 한 논문에 따르면 고립상태로 인해 채울 수 없는 공허감이 생길 경우 관계에 대한 절실함이 생기고, 이 공허감이 해소되지 않을 때, ‘관계중독’ 현상으로까지 이어진다고 한다. 여기서 말하는 관계중독이란 관계 맺는 대상에게 과도하게 의존하거나 집착하는 것으로 내면의 공허감 등을 타인과의 관계를 통해 채우려고 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이러한 공허함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결국 관계를 맺어야만 한다. 척은 사람이 존재하지 않는 환경 속에서도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했다. 물론 진짜 사람은 아니지만. 배구공에 이름을 붙여 자신의 친구로 삼고 외로움을 견뎌냈다. 윌슨을 향한 그의 애정은 일면 집착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관계를 구축하고 자신의 공허감을 해소해나가며 오랜 시간을 견뎌냈다는 데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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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척은 윌슨을 말동무 삼아 외로움을 달랜다.(사진:metro)

 

 

 

 


결국 고립감을 극복하는 가장 근본적인 방법은 관계를 맺는 것이다. 무인도에 고립된 상태로 배구공을 친구 삼았던 척과 달리, 사회적 격리 속에서도 우리는 주변 사람들과 쉽게 연결될 수 있다. 문자로, 전화로, 여러 가지 방식으로 우리는 서로에게 안부를 물을 수 있다. 그간 연락이 뜸했던 친구 혹은 가족에게 한 번 연락해보는 건 어떨까? 서로가 서로의 윌슨이 되어서, 무력감을 극복할 수 있도록 어깨를 건넨다면, 어쩌면 더 돈독한 사이로 거듭날 수 있지 않을까?

사회적 거리두기가 재시행 된다면, 우리는 다시 한 번 고립상태에 갇히게 될 것이다. 혼자 있을 때 생기는 외로움은 온 몸에 사무친다. 불안, 쓸쓸함 등의 복잡한 감정을 해소하지 못할 경우 감정은 증폭되고 왜곡되며 스스로 그 감정에 갇히게 된다. 우리는 이러한 감정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조절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이를 통해 우리도 3년차 은둔형 외톨이 여자 김씨가 이겨냈듯, 4년차 무인도 완벽적응자 척 놀랜드가 극복해냈듯, ‘슬기로운 격리생활’을 준비할 수 있다.

 

 

#생활속거리두기 # 코로나19 #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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