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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ream In Screen] 밝혀지지 않은 진실을 바다에게 묻는다 <그날, 바다>

2020.04.16

[Scream In Screen] 밝혀지지 않은 진실을 바다에게 묻는다 <그날, 바다>

 

 

 

 

주변 풍경이 온통 푸릇푸릇하고 싱그러운 봄의 절정이지만, 4월 16일만 다가오면 따뜻한 봄 대신 차가운 바다 아래 잠든 아이들을 생각하게 된다. 올해로 세월호 침몰사고가 6주기를 맞았지만 많은 국민들은 아직도 그날을 어제처럼 생생하게 기억할 것이다. 커다란 세월호가 파랗게 칠한 바닥을 위로 드러낸 채 반쯤은 바다에 빠져 있는 끔찍한 모습을. ‘전원 구조’라는 소식에 안도하다가 마주한 비극의 진실을.

영화 <그날, 바다>는 비극이 벌어진 지 4년의 시간이 흐르고도 밝혀지지 않았던 세월호 침몰 원인의 진실을 추적하기 위해 제작된 다큐멘터리 영화다. 제작을 위해 시작된 ‘프로젝트 부(Project 不)’ 크라우드 펀딩에서는 무려 20억3천만 원에 달하는 후원금이 모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4년간의 치밀한 추적 끝에 완성된 영화 <그날, 바다>. 과연 세월호 침몰사고의 진실은 무엇일까?


※ 본 콘텐츠는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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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개봉한 <그날, 바다>는 ‘세월호는 왜 침몰했는가?’를 추적하는 다큐멘터리 영화로 철저한 과학적 검증을 바탕으로 제작했다. (사진: 네이버영화)

 

 

 

 

 


세월호는 왜 침몰했는가? <그날, 바다>는 묻는다

 

 

 


영화 <그날, 바다>는 ‘세월호는 왜 침몰했는가?’를 밝혀내기 위한 가설을 세우고 증명해 나가는 영화다. 실제로 <그날, 바다>를 연출한 김지영 감독도 “이 영화가 팩트로만 구성된 증거를 바탕으로 하나의 가설이 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전문가 인터뷰, 실험, 자료, 증언 등을 토대로 과학적으로 검증한다.’, ‘검증되는 내용과 관련하여 그 어떤 정치적 의미도 고려도 하지 않는다.’는 <그날, 바다>의 제작 방향에도 이러한 의지는 분명하게 드러난다.

이러한 의지를 보여주듯 <그날, 바다>는 세월호의 항적도와 AIS(Auto Identification System, 선박자동식별장치) 데이터라는 팩트를 활용하여 영상으로 재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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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그날, 바다>에서는 AIS 데이터를 활용하여 세월호의 ‘진짜’ 항적도를 추적한다.(사진: 영화 <그날, 바다> 스틸컷)

 

 

 


영화는 세월호가 급격히 우회전한 이후 3분 36초 분량의 AIS 기록이 없다는 데에 의문을 품고 시작한다. 실제로도 정부가 발표한 세월호의 항로를 기록한 AIS(선박자동식별장치) 기록에서는 세월호가 우회전한 이후 누락되어 있던 3분 36초 구간이 5일 뒤에야 복구되었다. <그날, 바다>는 이 당시 세월호 AIS가 꺼져 있었다는 두라에이스호 문예식 선장의 진술을 인용하여 당시 정부가 세월호 침몰사고 직후 발표한 세월호의 AIS 행적을 조작했다고 주장한다. 참고로 두라에이스호는 세월호를 처음으로 발견한 유조선이다. 또한 영화는 ‘사라진 20분’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이는 세월호 침몰 발생 시간에 대한 진술이 8시 30분과 8시 50분으로 엇갈리며 발생한 시간이다.

영화 <그날, 바다>의 가설은 ‘당시 정부가 발표한 세월호의 AIS 항적은 조작됐고, 실제 세월호는 병풍도에 바짝 붙어서 운항했다. 그리고 누군가가 미리 의도적으로 내려놨던 좌현 앵커가 해저 지형에 걸리면서 급격히 기울어 침몰했다’로 요약할 수 있다. 이는 ‘앵커설’이라고도 불린다. 실제로 제작진은 AIS를 통해 세월호의 항적로를 추적하고, 해상교통관제시스템(VTS)과 생존자의 증언을 교차 편집하여 가설에 신빙성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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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그날, 바다>에 나오는 두라에이스호 문예식 선장의 CNN인터뷰는 영화에서 퍼즐을 완성하는 핵심으로 활용된다. (사진: 영화 <그날, 바다> 스틸컷)

 

 

 

 


영화는 문예식 선장의 음성으로 남겨진 세월호의 위치와 당시 정부가 발표한 세월호 침몰 지점이 차이를 보이는 점, 5일 후에야 복원된 AIS의 누락된 구간 복원, 생존자와 세월호 선원들의 증언 등을 내보이며 관객을 그 가설 안으로 빠져들게 만든다. 실제로도 제작진은 영화 <그날, 바다> 제작을 위해 수개월에 걸쳐 AIS 프로그램을 직접 디코딩하고, 해저지형과 주변 지리를 일일이 맞춰가는 노력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마침내 영화에 드러난 결과물은 관객을 충격에 빠뜨린다. 그 가설이 충분히 있을 법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그날, 바다>는 우리가 해야 할 일을 보여주었다

 

 

 


관객을 울게 하는 ‘신파 영화’가 될까 우려했던 것과 달리 철저한 과학적 검증을 거친 가설을 내놓은 <그날, 바다>는 당시 개봉 3일 만에 관객 수 10만 명을 돌파하며 많은 관심을 받았다. 이는 국내 정치시사 다큐멘터리로는 최단 기록이다. 이후로도 영화는 가설이 사실인가, 아닌가 등의 논쟁을 불러일으키며 여전히 종종 언급될 정도로 화제가 되었다.

영화의 가설이 사실이냐, 아니냐는 논쟁은 사실 무의미하다. <그날, 바다>가 아직까지도 조명을 받는 건 결국 그만큼 국민들이 진실을 원한다는 의미기 때문이다. <그날, 바다> 제작 펀딩에만 20억3천만 원이라는 금액이 모이고, 1만6천 명이 참여했다는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실제로 우리는 6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세월호의 진실을 정확히 알지 못한다. 세월호를 언급할 때 ‘사고’가 아니라 ‘참사(慘死)’를 붙이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일 터다. <그날, 바다>의 내용은 감독의 말대로 하나의 가설일 뿐이지만, 관객은 <그날, 바다>를 보며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생각하게 된 셈이다.

세월호의 침몰 원인을 조사하기 위해 2017년 꾸려진 선체조사위원회는 2018년 8월 6일 종합보고서를 발표했지만, 보고서는 세월호가 내부 원인으로 침몰했다는 ‘내인설’과 내부 원인만으로는 사고를 설명하기 어렵다는 ‘열린안’을 함께 담았다. 이러한 열린 결론은 국민들에게 많은 혼란을 주었다. 이에 대해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는 “같은 현상에 대해서도 위원들 사이에 여러 해석이 있었고, 사실관계도 다르게 파악하게 됐다”며 “그 간극을 좁히지 못해 결국 열린 결론이 내려진 것”이라 밝힌 바 있다. 책임을 져야 할 당시 정부가 공식적인 결론 채택을 회피하면서 혼란을 낳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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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1월 5일 세월호참사 피해자 가족협의회가 국회 정론관에서 ‘세월호참사 전면 재수사와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 한겨레신문)

 

 

 

 


마침내 지난해 11월 6일, 침몰 사고 5년 만에 검찰이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을 꾸려 재조사를 시작했다. 검찰이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별도의 특별수사단을 설치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검찰은 세월호 사고 원인과 구조 과정 및 지휘 체계의 문제점, 수사 외압 의혹 등 세월호 참사를 둘러싼 모든 의혹을 폭넓게 조사할 예정이다. 참사 이후 5년이 지나서야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시작된 것이다. 이에 대해 4·16 세월호 참사 가족협의회는 “특별수사단의 철저한 수사로 참사의 진상이 완전히 밝혀지고 책임자 전원이 처벌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진실만이 우리를 4월 16일의 아픔에서 위로할 수 있다

 

 

 


<그날, 바다>가는 아직도 진실이 밝혀지지 않은 현실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에게 큰 충격을 안겨 주었다. 영화 공식 포스터에 나와 있는 문구처럼 4월 16일은 여전히 ‘잊을 수 없는 그날’이며 많은 이들의 마음을 무겁게 한다. ‘세월호 트라우마’라는 단어는 괜히 만들어진 게 아니다. 실제로 참사가 일어났던 2014년에는 집단우울증이 우려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우울감과 무력감을 토로했다. “내게도 언제 불행이 닥칠지 모른다”는 의식이 팽배했다.

이제 우리는 그 깊은 우울과 무력감으로부터 벗어나야 할 때이다. 바다만이 모든 걸 알고 있던 때에서 모두가 진실을 알게 되는 순간으로 조금씩 나아가고 있다. <그날, 바다>는 말한다. “85% 밝히고 ‘이게 진실이야’ 하지 말고 우리가 다 알 수 있도록 밝혀지는 게 진실이라 생각한다”고. 다음 해의 4월 16일에는 조금 덜 무력할 수 있기를, 바다에 잠든 피해자들의 영혼이 비로소 편히 잠들 수 있기를 기원한다.
 

 

 

 

 

 

 

#세월호 # 바다 #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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