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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心봉사 열전] “나눔과 헌신으로 다져진 사랑은 코로나도 흠집 내지 못해요.”

2020.03.30

[心봉사 열전] “나눔과 헌신으로 다져진 사랑은 코로나도 흠집 내지 못해요.”

 

 

 

 

 

코로나19 사태로 온 나라, 아니 전 세계가 대공황에 빠져있던 초봄의 주말, 인천 부평의 한 웨딩홀에서 조심스레 웨딩마치가 울렸다. 어려운 시기인 만큼, 조촐한 자리를 예상했건만 장내는 하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식장 관계자가 “요즘 같은 시기에 이렇게 많은 하객이 몰리는 예식은 처음 봤다”고 할 정도. 훈훈한 미소를 마스크 뒤로 감춘 하객들은 연신 박수를 치며 두 사람의 미래를 격려했다. 축복받아야 할 주인공들이 행여 미안한 마음이라도 가질까, 응원의 목소리는 더 밝고 더 힘차다. 식장 입구에 마련된 열화상 카메라, 축의금 접수대에 들어찬 라텍스 장갑과 손 소독제, ‘마스크 단체샷’ 등과 같이, 코로나19국면에서나 볼 법한 진풍경도 펼쳐졌다.

두 사람이 합쳐 1,739시간의 봉사활동을 기록했던 나눔과 헌신의 커플, 세상을 향한 사랑을 실천하다 서로의 사랑까지 품에 안게 된 김용현‧양가을 씨는 그날 그렇게 부부가 됐다. “봉사활동에서 만나 결혼까지 골인하는 경우는 정말 드물죠, 아니 거의 없다고 해야 맞을 것 같네요”라던 김용현 씨의 말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세기의 커플’이 탄생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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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결혼식은 예식 두 시간 전부터 식장 내 방역상태를 점검하는 등 철저한 방역 관리 속에서 치러졌다.

 

 

 

 


봉사하러 갔다가 만난 멋진 누나, 그리고 듬직한 동생

 

 

 

 


김용현(30), 양가을(31) 씨는 소위 봉사활동 마니아다. 2012년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이하 희망브리지)의 집수리 봉사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용현 씨는 집수리로드 4기(2014) 운영팀, 집수리로드 5기(2015) 운영팀장을 거쳐, 현재는 집수리로드 멘토로 봉사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양가을 씨는 더 화려하다. 충북대학교 집수리 봉사동아리 ‘WITH-US’를 창단했고, 청주시청과 협업해 충북 지역의 주거환경개선활동을 진행하는 봉사단체를 직접 만들어 이끌 정도로 열정적인 행보를 펼쳤다. 가을 씨는 봉사활동 시간이 1,000시간이 넘는다.

두 사람이 서로를 인식하기 시작한 건 지난 2013년 여름, 충북 청원군에서 진행한 ‘희망브리지와 옥션이 함께하는 희망하우스’ 봉사활동 때부터였다.

“당시 가을 씨는 조장이었어요. 키도 체구도 작은 여자가 큰소리를 지르며 군기반장을 하는데, 카리스마가 ‘뿜뿜’하더라고요. 그리곤 봉사를 마치고 회식을 하는데 ‘너무 힘들었다’고 울먹거리더니 닭똥 같은 눈물을 보이는 거예요. 반전 매력이랄까… 진면목을 느끼게 된 거죠.(웃음)”(김용현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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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째 집수리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양가을(왼쪽)씨와 김용현씨

 

 

 

 


양가을 씨가 느낀 용현 씨는 언제나 듬직한 동생이었다. 커다란 덩치로 서글서글하게 인사 잘하는 아이, 궂은일은 언제나 솔선수범 하면서도 힘든 내색 없이 잘 웃어주던 동생 말이다. 그렇게 멋진 누나와 듬직한 동생으로 서로를 기억하던 두 사람은 각자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인이 된 이후에도 인연을 이어갔다. 그리고 그 사이 두 사람의 관계는 친한 선‧후배에서 연인으로 바뀌어 있었다.

 

 

 

 


뜨거운 봉사 현장에는 ‘진짜’ 사람이 있습니다

 

 

 


2012년 봉사를 시작한 두 사람은 이후 8년 동안 크고 작은 봉사를 함께하며 서로 간의 믿음을 차곡차곡 쌓았다. 정식으로 연애를 한 건 2년 남짓, 어떻게 그렇게 오랜 시간을 한결같은 마음으로 봉사에 나설 수가 있었을까? 김용현 씨가 건넨 대답은 ‘사람’이었다.

“한 번 집수리로드를 가면 열흘 이상 걸려요. 그렇게 24시간을 같이 보내죠. 청춘남녀들이 모이니까 처음엔 예쁘게 꾸미고 시작해요. 화장도 하고 옷도 잘 입고. 그런데 수혜가구에 들어가 먼지 뒤집어쓰고, 도배지 풀칠하고, 뙤약볕에서 짐 옮기고 하다보면 어떻게 되겠어요. 3~4일만 지나면 머리 안 감고, 수염 안 깎고, 어제는 분명히 있던 친구의 눈썹화장이 없어지죠. 그 힘듦을 같이 견디고, 마지막에 수혜자분들의 밝은 얼굴을 함께 맞으면 동료애를 넘어 가족애를 느끼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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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와중에도 한걸음에 달려와준 희망브리지 봉사단원들과도 ‘찰칵’

 

 

 

 


실제로 대부분의 정기 봉사자들은 봉사활동이 끝나도 그 다음 봉사, 또 다음 봉사에서 재회하는 경우가 많고, 사정 상 몇 년 만에 만나더라도 어제 본 것 같은 친근감을 느낀다고 한다. 대개는 대학생 시절 첫 만남을 갖게 되니, 그 뜨거웠던 시절의 인연은 특히 남다르게 다가온다. 아주 멀리 이사를 가더라도 끊임없이 연락을 하며 지낼 수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양가을 씨는 “아름다운 일을 하는 사람들이니 아름답게 보일 수밖에 없는 것 같다”면서 “좋은 사람들과 좋은 일을 함께 하는 게 봉사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했다.

 

 

 

 


“봉사, 딱 세 번만 해보세요, 부자가 될 겁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생에서 가장 큰 축복을 받아야 하는 날을 노심초사 준비해야 했던 이들. ‘예식 취소’까지 심각하게 고민했을 만큼 애를 태웠지만, 다행히 모두의 축하와 격려 속에 결혼식은 잘 마무리 됐다.

하지만 신혼여행 취소만은 불가피했다. 두 사람의 버킷리스트인 ‘남미 배낭여행’을 위해 꽤 오랜 시간 공을 들였지만, 되돌아 온 건 엄청난 위약금과 후일에 대한 기약뿐이다. 이런 아쉬움을 해결하는 방식 역시 자타공인 ‘봉사 부부’ 답다. 현재 두 사람은 결혼을 기념해 보다 뜻 깊은 봉사활동을 기획하며 ‘신혼여행 연기’의 아픔을 달랠 계획이란다. 결혼식(3월 28일)을 기념해 축의금에서 328만 원을 떼어 희망브리지에 기부한 것은 그 ‘뜻 깊은’ 활동의 시작을 알리는 손길이다. 가을 씨는 “결혼식 자체가 가장 중요했기 때문에 구체적인 것을 논의할 여유는 없었지만, 소박하게나마 둘이서 ‘의미 있는 활동을 해보자’고 결심한 상태”라며 “이제 예식을 마쳤으니 본격적으로 머리를 맞대볼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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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의 아름다운 동행은 앞으로도 계속 된다.

 

 

 

 


지난 8년 간 어려운 이웃을 돕는 여정에 나서며, 이를 통해 평생의 동반자로 거듭난 김용현 씨와 양가을 씨. 이들이 이토록 봉사활동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용현 씨는 “그저 부자가 되기 위해”라고 딱 잘라 말하며 봉사 전도사로서의 면모를 뽐낸다.

“가위바위보도 삼세판이니 딱 3번만 해보세요. 부자가 됩니다. 처음엔 봉사경험을, 그 다음에는 사람을, 그 다음에는 추억을 가진 부자요. 수혜자분들의 밝은 웃음, 그때 그 사람들과 같이 나눈 추억은 절대 돈으로 매길 수가 없습니다. 그 누구도 가지지 못한 걸 가지게 되죠!(웃음)”

 

#봉사 # 커플 # 결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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