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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주는 신호; 씨그널] 산불·지진·폭염… ‘온난화’라는 열병의 합병증

2020.01.23

[날씨가 주는 신호; 씨그널] 산불·지진·폭염… ‘온난화’라는 열병의 합병증

 

 

 

 

 

지구촌 전체가 이상 기후로 몸살을 앓고 있다. 호주에서는 6개월 가까이 산불이 꺼지지 않고 있으며, 미국 캘리포니아 지역의 지진은 갈수록 더 잦아지고 강력해지는 중이다. 전 세계의 여름은 매년 사상 최고 기온을 경신한다. 이제 ‘이상’ 기후라는 말을 쓰기도 민망할 정도로, 이상한 기후가 일상이 되고 있다. 왜 이런 일들이 자꾸 벌어지는 것일까.

이 갖가지 재난들의 공통분모는 바로 지구온난화다. 사람이 앓는 고열 그 자체로도 질병이지만, 그로 인한 합병증이 더 무서운 법이다. 갈수록 더워지고 있는 지구도 마찬가지다. 온난화는 재난이자, 재난을 몰고 오는 매우 위험한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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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가 살기 어려운 공간으로 바뀌는 건 한순간이다.(사진: Destination Tips)

 

 

 

 


지금 지구는 ‘매우’ 아프다

 

 

 


2019년 9월, 호주 남동부 지역에서 발생한 산불은 올해 1월 현재까지 계속해서 산림을 태우는 중이다. 이 산불로 숲 1,860만 헥타르가 소실됐다. 이는 한반도 전체의 85%에 달하는 면적이다. 총 사망자 수는 소방대원 10명을 포함해 28명이고, 6명은 실종 상태다. 여기에 주택 1,300채를 비롯해 건물 5,700채가 전소됐다.

산불로 인한 대기 오염도 심각한 수준이다. 화재로 발생한 대량의 연기는 호주를 넘어 인접국인 뉴질랜드를 삼키고 남아메리카 태평양 연안까지 퍼져나갔다. 최근에는 무려 일본 도쿄만 먼 바다에서 연기가 감지되기도 했다. 호주 한 나라가 아닌 국제적인 문제가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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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에서 6개월 가까이 계속되고 있는 산불(사진: BBC)

 

 

 

 


지난해 7월 4일 오전, 미국 캘리포니아주(州) 모하비 사막에서는 규모 6.4의 지진이 발생했다. 역대급 강진이라 볼 수 있는 수치는 아니지만, 이 구역에선 얘기가 다르다. 지난 1999년 10월에 발생한 규모 7.1의 지진 이후 20년 만에 발생한 강진이었다. 미국 서부 전역이 크게 흔들렸고 멕시코에서도 진동이 감지됐다. 이후에도 약 20일간 8만 회가 넘는 여진이 일어났고 규모 4.0이 넘는 여진도 70여 차례나 발생했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크지 않았으나, 정전과 가스관 파열 등 시설 피해가 속출했다. 피해가 집중적으로 발생한 샌버너디노 카운티에는 비상사태가 선포됐으며, 피해 규모는 1억 달러(한화 1천165억 원)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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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캘리포니아 지진(사진: WWEAK)

 

 

 


시계를 조금 더 뒤로 돌려보자. 2018년은 전 세계가 그야말로 미친 듯이 더웠다. 중국 베이징의 최고기온이 4월 중순부터 30℃를 넘겼고, 캐나다 퀘벡 주에서는 147년만의 폭염으로 90명이 사망했다. 스웨덴의 7월 평균 기온이 260년 만에 최고 기온을 기록했으며, 독일에서는 땡볕에 활주로 노면이 뒤틀리면서 항공기 이착륙이 중단되는 사태까지 빚어졌다.

북극과 가까운 러시아 무르만스크와 핀란드 최북단의 우츠요키는 33℃의 기온이 측정됐고, 이라크에서는 한낮 체감기온이 50℃를 넘나드는 폭염 속에 전기와 물 부족으로 시민들이 거리로 뛰쳐나올 지경에 이르렀다. 이 모든 사례는 지구가 크게 아프다는 것을 방증한다.

 

 

 

 

 


산재한 이상기후와 온난화의 상관관계

 

 

 


기상학자들에 따르면 호주 산불의 주된 원인은 지구온난화에 따른 인도양 쌍극화 현상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양 쌍극화 현상은 인도양 서쪽의 표면 수온이 동쪽보다 높아지는 현상으로, 인도양 동서부 수온 차가 최근 60년 만에 가장 크게 벌어진 것으로 분석됐다.

이로 인해 인도양 서쪽인 아프리카 지역에는 많은 비가 내리는 반면, 동쪽인 동남아와 호주에는 건조한 기후가 계속됐다. 강수량이 적고 끝없이 말라붙는 날씨에 시달리던 호주에서 대규모 산불이 일어난 것은 우연이 아니라는 얘기다. 여기에 대기를 계속해서 건조하게 만드는 강풍이 심해지면서 화재로 인한 불꽃이 하늘로 치솟는 ‘화염 토네이도’ 현상까지 발생했다. 최대 시속이 200km에다 중심부 온도가 1,000℃ 안팎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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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산불로 인한 연기가 햇빛을 산란시켜 하늘 색깔이 노랗다 못해 빨갛게 물들었다.(사진: 7news)

 

 

 


지진 역시 온난화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지진은 기본적으로 지각변동의 영향에 따라 발생하지만, 최근에는 지구온난화가 주요 원인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지구 기온이 상승해 빙하가 빠르게 녹으면서 북극과 남극 지역의 땅을 빙하가 누르고 있던 힘이 약해졌다.

이에 따라 극지방의 지각은 위로 상승하려는 부력을 받고, 반대로 저위도 지역은 극지방이 상승하려는 힘만큼 하강하려는 힘을 받는다. 이 같은 현상이 계속되면 단층의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결국 지진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전 세계를 괴롭히고 있는 폭염 역시 지구온난화가 주된 원인이다. 포스텍과 영국 옥스퍼드대의 공동 연구팀은 지구온난화가 최근 비정상적으로 오래 지속되는 폭염의 발생 위험을 4배가량 높인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폭염의 또 다른 원인은 고기압이 반구 형태의 열막을 만들어 뜨거운 공기를 계속해서 한 지역에 가둬두는 ‘열돔 현상(heat dome)’이다. 그런데 이 열돔 현상의 원인은 다름 아닌 온실가스 배출이다. 온실가스 배출의 결과는 모두 알다시피 지구온난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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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정 지역에 폭염을 가져오는 열돔 현상(사진: CNN)

 

 

 

 


온난화가 정말 무서운 진짜 이유

 

 

 


지구온난화는 극지방의 빙하를 빠르게 녹이지만 해수면 높이에 아주 큰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다. 바다에 떠 있는 빙하가 녹으면서 바다에 잠겨 있던 얼음이 물로 변한 것이기 때문에 전체 부피에 당장 큰 차이가 발생하진 않는다.

하지만 지구상의 거의 모든 물질이 그러하듯, 물도 온도가 오르면 체적, 즉 덩치가 팽창하게 된다. 지구의 기온이 오르면 바다가 따뜻해지면서 체적이 팽창할 수밖에 없는데, 전 세계 바다의 체적이 단 몇 %만 오른다고 해도 육지의 상당부분이 바닷물에 잠기게 된다. 여기에 체적이 팽창하면 밀도 등의 물리적 특성도 미묘하게 변하는데,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이 일으킬 수 있는 일은 정말 예측이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또한 바다와 극지방에는 막대한 양의 온실가스가 녹아 있는데 온도가 올라가면 이 가스들이 방출된다. 이 가스들은 온도 상승을 가속화하고, 이는 다시 가스 방출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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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하가 사라지는 건, 우리의 안전도 사라지는 것(사진: NewsAtlas)

 

 

 


빙하가 녹는 것과 관련해 제기되는 또 다른 문제는 지난 수십만 년 동안 빙하 속에 갇혀 있던 세균과 바이러스들이 다시 활개를 치게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 기후 변화로 인해 다른 지역에 서식하던 해충이나 독성을 가진 동식물이 이 곳 저 곳으로 이주·정착하게 돼 생태계 파괴가 일어날 수 있다.

지구온난화를 심각하게 여기는 일부 전문가들은 빙하기의 재림을 우려하기도 한다. 지구의 기상 상태는 해류에 의해서 결정되는데, 모든 해류는 이어져 있어 계속 순환하고 해류의 특징에 따라 그 지역 일대의 기후가 결정된다. 빙하가 녹으면서 해수가 대량 유입되고 해류 흐름에 영향을 주게 되면 빙하기 같은 기상 이변이 올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것이다. 여느 재난영화 속의 끔찍한 상상이 현실에서 나타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산불 # 기후변화 # 지구온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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