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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家의 사람들] ‘어느 카피라이터 지망생이 써내려가는 희망’ 최미현 대외협력실 대리

2019.12.24

[희망家의 사람들] ‘어느 카피라이터 지망생이 써내려가는 희망’

최미현 대외협력실 대리

 

 

 

 

 

"위아더월드~ 위아더칠드런(We Are the World, We Are the Children…)" 

 

 

 

필리핀 사마르 지역의 작은 섬마을 마라부트(Marabut)에 때 아닌 팝송이 울려 퍼졌다. 급하게 결성된 마을 어린이 합창단의 목소리는 어촌마을을 찾은 이방인들을 감동시켰다. 그리고 그 이방인 속에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이하 희망브리지) 대외협력실의 최미현 대리도 있었다.

“2014년 봄에 슈퍼태풍 하이옌이 그 마을을 휩쓸고 지나갔어요. 희망브리지에서 긴급구호 자금을 전달하고, 2차로 생계지원 프로그램을 진행하러 갔을 때였는데… 아직도 감사의 마음을 노래로 전하던 아이들의 모습이 잊히지가 않아요. 내가 ‘정말 뜻 있는 일을 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죠.”

당시 마을 아이들이 불렀던 노래 ‘We are the world’는 1985년 미국의 팝스타들이 아프리카 난민을 돕기 위해 만들었던 곡이었다. 인류애를 머금은 그 명곡이 30년이 지난 어느 날, 자신을 향해 울려 퍼지고 있었던 것. 이는 자신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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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브리지 대외협력실 최미현 대리와 필리핀 마라부트 마을의 아이들

 

 

 

 


광고쟁이 여대생과 희망브리지의 운명적 만남

 

 

 


대학생 무렵, 최미현 대리의 진로는 미리 점지돼 있는 듯 했다. 본인이 전공하던 광고‧홍보가 적성에도 맞고, 소질도 있어 보였기 때문이다. 언젠가는 선배들처럼 광고회사에 입사해, 기획자가 되거나 카피라이터가 되는 수순이었다.

그런데 마지막 학기, 광고대행사에서 학점 연계 인턴으로 일을 하면서 조금씩 의구심이 들기 시작했다. 과중한 업무 강도, 클라이언트의 압박, 숨 막히는 데드라인 등 진짜 ‘필드’의 생활은 생각보다 훨씬 벅찼다.

“평일 야근, 주말 출근이 이어지면서 내 삶을 갈아 넣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너무 시달리니까, 그렇게 좋아하던 광고일이 달리 보이더라고요. ‘이게 무슨 의미가 있지’라는 근본적인 고민과 회의감이 밀려왔어요.”


한번 회의가 들자, 모든 게 원점으로 돌아간 느낌이었다. 정식으로 입사 제안을 했던 광고회사는 물론, 학교로도 돌아갈 수 없었다. ‘쉼’이 필요했던 그녀가 찾아낸 것은 봉사활동. 머리를 식힐 겸, 삶의 의미도 고민해볼 겸 지역아동센터 두 군데에서 아이들 돌보는 일을 하기 시작했다. 그 때 그녀에게 다른 세계가 보이기 시작했다.

“아동센터에서 일하는 간사 분들이 유독 행복해보이더라고요. 좋은 일을 하면서 돈도 버는 거잖아요. 뭔가 눈이 트이는 느낌이랄까… 그때 처음으로 ‘내가 공부한 걸 공익단체에서 펼쳐야 겠다’라는 결심이 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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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탑골공원 인근에서 재난약자 노년층에 미세먼지 마스크를 나눠주고 있는 최미현 대리

 

 

 


이후부턴 광고회사에 대한 마음을 깨끗이 접었다. 구호단체 사이트를 뒤지며 홍보 인력 보강이 없는지 살폈다. 어떻게 보면 바늘구멍과 다름없었다. 보통의 구호단체는 부서 구분 없이 공채로 신입을 뽑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 그러다 운명적으로 조우한 곳이 바로 희망브리지였다. 2012년 초 당시 희망브리지는 여러 부서가 분담하던 홍보 업무를 일원화하려 했고, 최미현 대리는 더할 나위 없는 적임자였다. 최 대리는 “지금 생각해보면, 서로에게 너무 ‘시의적절’했던 만남”이라고 회상했다.

 

 

 

 


절망의 한 가운데서 희망을 외쳤던 8년…

 

 

 


희망브리지는 재난‧재해에 특화돼 있는 법정구호단체다. 태풍이나 산불 같은 재난이 발생하면 성금 모금에 나서고, 이를 재난피해자에게 전달한다. 과거 방송사·신문사와 협력해 모금을 하고 큰 어려움 없이 모금목표액을 달성하던 시대가 있었다. 하지만 정기후원을 유치하려는 구호단체가 많아지는 등 모금 시장 상황이 바뀌면서, 희망브리지 역시 홍보‧마케팅 활동의 필요성을 절감한 것이다. 이런 부분을 전담하는 대외협력실의 체계를 구축하는 역할이 최미현 대리에게 주어졌던 셈. 최 대리 역시 “지난 8년은 우리 기관만의 PR 철학을 세우고, 대외협력의 체계를 만들어왔던 기간”이라고 평했다. 한 명 한 명 수소문해가며 쌓아 온 언론 네트워크도 이제는 제법 두터워졌다.

단순히 기사만 내는 수준은 이미 훌쩍 넘어섰다. 온라인과 뉴미디어를 통한 콘텐츠 프로모션은 물론, 외부의 다양한 기업 및 단체와의 컬래버레이션도 활발하다. ‘연가시(2002)’나 ‘판도라(2016)’ 같은 재난영화의 PPL을 진행하기도 하고, 세계적인 EDM(Electronic Dance Music) 음악 축제인 ‘울트라코리아(UMF)’와 협업해 이벤트를 펼치기도 한다. 지난 2014년, 제일기획‧서울시와 함께 만든 미세먼지 예방 어플리케이션 ‘더스트씨(Dustsee)’는 작년에 미국 3대 광고제인 ‘클리오 광고제’에서 금상을, 올해는 ‘뉴욕 원쇼 페스티벌’에 은상을 받기도 했다. 이러한 활동들을 통해 ‘희망브리지’라는 단체는 대중들의 머릿속으로, 그리고 맘속으로 조금씩 각인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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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울트라코리아’ 현장 부스에서 만난 최미현 대리. 희망브리지는 페스티벌 현장에 채리티 부스를 차리고, 젊은 세대와 적극적으로 소통했다.

 

 

 


다방면의 사람들과 다양한 홍보 활동을 전개하고 있지만, 희망브리지의 홍보 철학은 뚜렷하다. 기관명이 주는 느낌처럼 ‘희망’을 부각시킨다는 것이다. 최근 일각에서 ‘빈곤 포르노’(Poverty Pornography‧대중에게 가난과 절망을 부각시켜 모금 운동의 효과 등을 보는 것)가 문제되고 있는 것과는 자못 다른 행보다.

“우리는 재난을 다루잖아요. 수많은 현장에서 재난이 얼마나 절망적인지 직접 확인했기 때문에 그걸 다시 떠올리게 하며 상처를 드릴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광고‧PR과 관련된 모든 시안의 톤 앤 매너를 희망차게 잡죠. 당장의 모금 효과는 조금 떨어질지 몰라도… 저희가 결국 드리고자 하는 건, 극복과 재기의 희망찬 기운이니까요.”

 

 

 

 


재난구호에서 재난복지로, 정기후원의 역할 점점 커져

 

 

 


희망브리지의 대외협력실이 견실해지는 동안, 최미현 대리 스스로도 성장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그사이 대학원(광고‧PR 전공)도 마쳤고, 온라인 강의도 찾아다니면서 ‘퍼포먼스 마케팅’, ‘데이터 사이언스’ 같은 최신 트렌드도 섭렵했다. 직접 재난 현장을 찾아다니며, 현장의 생생한 소식과 뒷이야기를 대중들에게 전달하려고 애쓴다.

그리고 내년, 희망브리지의 대외협력실은 큰 변곡점을 맞을 채비를 하고 있다. 기관의 패러다임이 재난구호에서 재난복지로 바뀌면서, 외부와 소통할 메시지 역시 변화를 꾀해야 하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홍수가 나면 수재의연금을 걷고, 그걸 이재민에게 전달하면 끝나는 식이었죠. 하지만 최근 재난구호의 패러다임이 장기적인 케어(Care)로 바뀌고 있어요. 커뮤니티 복구나 보금자리 문제, 건강, 심리 등의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혀있기 때문이죠. 저희도 그런 부분에 맞춰 모금홍보‧옹호 활동을 해 나갈 계획입니다.”


이 대목에서 중요한 게 바로 정기후원자 확보다. 앞서 언급한 장기적인 구호활동을 비롯해 재난예방사업, 교육사업 등 구호서비스 업그레이드를 위해서는 재원 확보가 우선이다. 기관 창립 이래 처음으로 보도채널 중심의 TV모금광고도 준비 중이다. 최 대리는 “비가 그쳐도 수재민들의 마음속에는 계속 비가 내린다”면서 “이런 메시지를 오롯이 전달하는 게 홍보 담당자로서의 내 역할이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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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그쳐도 재난피해 이웃들 마음속에는 계속 비가 내립니다.”

 

 

 

 

카피라이터를 꿈꾸던 여대생은 우연찮은 기회에 재난 피해자들의 사연을 대중과 잇는 희망의 다리, ’희망브리지’가 되었다. 그리고 더 많은 사람들과의 소통을 꿈꾸며 오늘도 재난현장을 누빈다. “언젠가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전 사회가 동참하는 재난‧재해 분야의 ‘아이스버킷챌린지’ 캠페인을 만들어 보고 싶다”는 그녀의 꿈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희망브리지 # 대외협력실 # 희망나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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