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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순위의 災구성] ‘잠 못 드는 밤 땀은 흐르고’ 우리나라 최악의 열대야 일수 TOP5
등록일 2019-05-31

[순위의 災구성]  ‘잠 못 드는 밤 땀은 흐르고’

우리나라 최악의 열대야 일수 TOP5 

 

 

성미 급한 더위가 기승을 부립니다. 5월이 채 지나기도 전에 전국 각지에 폭염은 물론, 강원 동해안에선 열대야까지 나타나고 있죠. 1966년, 일본의 기상학자이자 수필가였던 구라시마 아쓰시(倉嶋厚) 박사가 처음 소개한 용어인 열대야(熱帶夜)는, 말 그대로 열대우림 같은 더위가 밤에도 이어지는 현상을 의미합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9년 기상청이 새로이 정의한 기준, ‘밤(저녁 6시 이후부터, 다음날 아침 9시까지) 최저기온이 25℃ 이상인 날’을 열대야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더위 먹은 소, 달만 봐도 헐떡인다’는 우리나라 속담이 있습니다. 한 낮의 더위에 지친 소가 밤에 뜬 달도 해로 착각해 놀란다는 말이죠. 사람에게나 짐승에게나 밤의 더위는 그만큼 곤혹스럽습니다. 본격적인 더위와 맞서야 하는 시기를 앞두고, 이번 회차에선 우리나라 최악의 열대야로 악명이 높았던 때들을 되짚어 봅니다.

※ 본 콘텐츠에서 제시하는 순위는 한국 기상청 ‘기상자료개방포털’에 기록된 평균 열대야 일수를 기준으로 합니다.

 

 

 


열대야는 필연적으로 불면증을 동반해 면역력을 약화시킨다. 

 

 

 

5위_ 그 해… 사람도 날씨도 뜨거웠다 • 2017년(평균10.8일)


2017년은 말 그대로 ‘뜨거운’ 해였죠. 전 국민을 분노에 빠트린 최순실 사태로 촉발된 촛불집회가 이어지며, 정권 교체가 이뤄진 시기가 바로 이 때입니다. 모두가 뜨거웠던 시기, 날씨마저 그랬습니다. 이 해의 열대야일수는 전국 평균 10.8일, 이는 우리나라에서 5번째로 높은 수치입니다(1973년~2019년 기준).

2017년은 올해와 비슷한 부분도 있었는데요. 바로 6월 초, 다소 이른 시기부터 무더위가 시작됐다는 점입니다. 여기에 습도까지 높아 사람들이 느끼는 더위는 훨씬 심했죠. 참고로 열대야의 정의에는 편의상 온도만 들어가지만, 습도나 열섬현상(heart island, 도심의 온도가 더 높게 나타나는 현상) 등의 요소가 더해지면, 체감 온도가 훨씬 높아지는데요. 실제로 2017년에는 체감 정도를 지수화한 ‘일최고열지수(Heat Index)’가 최고 42도까지 오르기도 했습니다.

또 하나 짚고 넘어가야 되는 사실은, 전문가들이 이상기후로 인한 폭염에 경각심을 느끼고 본격적인 대책을 강구하기 시작한 것도 바로 이 때라는 점입니다. 폭염의 실질적인 원인과 대책을 밝힌다는 포부로 설립된 ‘폭염연구센터’가 개소한 해가 바로 2017년이죠.  

 

 

4위_ 격동의 시대, 격동의 더위 • 2010년(평균12.7일) 

 

열대야 일수 12.7일로 역대 4위를 기록했던 2010년은 그야말로 격변의 해였습니다. 2009년 말 국내에 애플의 아이폰이 처음 등장하며, 스마트폰이 대중화되기 시작했고, 우리 사회에 많은 변화를, 그것도 매우 빠르게 주도했습니다.

이렇게 격동적으로 변하는 시대의 흐름만큼, 날씨 또한 종잡을 수 없이 변덕을 부렸죠. 강력한 한파, 냉해, 폭우, 폭설, 폭염, 지진까지 날씨가 부릴 수 있는 온갖 심술이 종합선물 세트처럼 이어졌습니다. 봄기운이 완연해야 할 4월까지는 이상한파로, 6월 말부터는 장마와 폭우로 시민들의 발을 묶어 놓기 일쑤였죠.  

 

 


2010년에 나타난 이상기후 분포들(출처: 기상청)

 


7월 중순 본격적인 폭염이 시작되면서, 오늘의 주인공인 열대야가 기승을 부렸습니다. 당시 기상청 발표에 따르면 2010년 열대야 발생 빈도는 최근 10년 평균보다 44%나 높은 것으로 집계되었습니다. 이러한 폭염에 맞서 기상청은 홈페이지를 통해 서울, 부산, 대구, 인천, 광주, 대전, 수원 등 7개 도시의 고온건강지수를 제공하기도 했습니다.

 

 


2010년 기상청에서 발표한 7개 도시 고온건강지수(출처 : 기상청) 

 

 

 

3위_ 폭염 관측 이래 최초의 초열대야 현상 • 2013년(평균15.9일)

 

열대야 일수 15.9일로 3위에 오른 2013년 여름은 ‘더위의 이중고’를 겪은 해였습니다. 유난히 더운 여름을 맞은 그 해가 공교롭게도 정부의 ‘실내 적정온도 유지’ 정책이 시작된 원년이었기 때문입니다. 당시 한국수력원자력의 비리로 원전 10기가 점검상태에 돌입하며 전국의 전력 공급량이 크게 줄어든 것을 계기로, 정부는 관공서 등의 실내온도를 26도로 유지해 줄 것을 대대적으로 홍보했습니다. 실제로 무분별하게 에어콘을 가동하는 매장을 단속하기도 했죠. 여름 폭염 때 입버릇처럼 나왔던 “은행이 제일 시원해”라는 말이 무색해 진 것도 바로 이때부터입니다.

여기에 이상 기후 현상도 다양하게 나타났습니다. 장마 최장기간 기록(최장 49일)을 경신했고, 관측 이래 최고 폭염(울산), 최고 이상습도(인천) 등이 나타나기도 했죠. 그중 백미는 강원도 강릉에서 나타난 ‘초열대야 현상’이었습니다. 초열대야란 ‘밤 최저기온이 30도 이상인 날’로 25도를 웃도는 열대야보다 훨씬 괴로운 밤이라는 걸 의미하죠. 2013년 8월 7일부터 8월 9일 사이에 관측된 이 초열대야 현상은 국내에서는 최초의 사례였습니다.  


 

 국내 최초 초열대야 현상에 대한 당시 뉴스 보도(사진 : YTN) 

 

 

당시 언론보도에선 ‘102년 만에 가장 무더운 밤’이라는 설명과 함께 ‘초열대야’ 현상을 집중 보도했습니다. 이러한 초열대야 현상은 태백산맥을 넘으며 뜨거워진 바람이 영동지방의 기온을 끌어올리는 푄현상(높은 산을 넘어온 고온 건조한 바람이 부는 현상)과 낮 동안 달궈진 바닷물이 밤에 아주 천천히 식은 것이 원인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죠.  

 

 

2위_ 대한민국이 녹아내린 ‘그때 그 여름’ • 1994년(평균17.7일) 

 

최악의 열대야 일수 TOP5를 차지하는 대부분의 연도는 2010년대 이후입니다. 이는 한반도가 점점 더 더워지고 있다는 것을 추론할 수 있는 대목이죠. 하지만 순위권 중 유일하게 1990년대를 차지한 해가 바로 2위를 기록한 1994년입니다.

1994년 여름은 그야말로 ‘역사적 더위’였습니다. 지금도 기록적인 폭염의 징조가 보이면, 소환되어 비교당할 만큼 악명 높은 더위를 자랑했죠. 혹시 아스팔트 위에 계란을 깨뜨려 프라이가 익는 과정을 보여주는 장면을 뉴스에서 보신 기억이 있나요? 그 뉴스가 나온 해가 바로 1994년입니다.

 

 


사상 유래 없는 더위를 기록했던 1994년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진,
뜨거운 아스팔트 위에 계란을 깨뜨려 계란프라이가 익는 모습

 

 


‘위키백과’에서 1994년을 치면 대뜸 ‘대한민국 건국 이래 최초로, 전국 최고 기온 38.4도의 폭염이 기승을 부렸다’는 문구가 나옵니다. 지난해 살인적인 더위가 한창 기승을 부릴 때 ‘웬만한 더위는 1994년을 이길 수 없다’는 제목의 기사까지 나왔던 것을 보면, 1994년의 폭염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가늠해 볼 수 있죠. 실제로 1994년 폭염의 직‧간접적인 영향으로 사망한 사람은 무려 3천384명에 이르는데요, 이는 우리나라의 모든 기상재해 중 가장 큰 인명 피해 규모입니다.  

 



2018년 7월 30일에 보도된 1994년 폭염일수(출처: 서울신문) 

 

 

역사적인 더위는 밤에도 이어졌습니다. 7월 한 달 동안에만 전국 평균 8.9일의 열대야 일수를 기록했으니, 전 국민이 삼일에 한 번 꼴로 더위에 잠을 설쳤다는 얘기가 됩니다. 이 해 마산에서는 무려 29일간(7월 19일~8월16일) 열대야가 이어지기도 했죠.

1994년의 열대야가 특히 괴로웠던 건 학습효과가 전무했기 때문입니다. 바로 이전 해인 1993년의 열대야 일수는 고작 0.2일. 마음의 준비도, 실질적인 대책도 없이 ‘불청객’처럼 맞은 밤더위가 폭염의 피해를 키울 수 밖에 없었죠. 아직도 많은 사람들의 뇌리에 1994년의 더위가 쉽사리 잊혀 지지 않는 건 너무나 갑작스런 공포 때문이었을지도 모릅니다.  

 

 


더위를 피해 한강으로 모인 시민들, 클래식하지만 효과적인 열대야 대비법이다.(사진: 유상석/BBS뉴스) 

 

 

 

1위_ 더위에 관한 모든 타이틀을 석권하다 • 2018년(평균17.7일) 

 

2018년 이전까지 더위에 관한 모든 불명예 타이틀은 앞서 소개한 1994년이 갖고 있었습니다. 무려 24년 동안 장기 집권했었죠. 하지만 이 모든 기록이 2018년에 경신됐습니다. 바로 작년이니 많은 분들이 기억하실 텐데요. 매체마다 ‘111년 만의 무더위’, ‘1994년 기록 경신’ 등의 보도를 쏟아낼 정도로 굉장한 폭염이었습니다.

열대야 또한 마찬가지였죠. 가장 빠르게 시작(5월 16일, 포항)해서 가장 늦게 종료(9월 2일, 고산)될 만큼 지속적인 열대야를 보여줬죠. 2018년의 열대야가 유독 힘들었던 점은 연속적으로 이어졌다는 것입니다. 8월 중순 서울에서 26일간 열대야가 이어졌고, 여수에서는 29일간 잠 못 드는 더위가 지속되기도 했습니다.

높은 기온이 오랫동안 이어지면서 많은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열사병과 탈진 등 온열질환자가 급증했고, 농축산물 관리에도 비상이 걸렸죠. 정부는 대책으로 휴식시간제(시설 분야 외부 작업자 대상 무더위 시간대 1시간 휴식) 등 다양한 정책을 실시하는 한편, 더 효과적인 대처를 위해 폭염을 자연재난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기도 했습니다. 

 

 

2018년 여름이 절반 정도 지났을 무렵의 폭염 피해사례 집계 

 

 

지난해 고려대기환경연구소는 기상청 관측 자료를 분석한 후, 이상 폭염의 직접적인 원인은 중국과 관계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즉 중국의 고온이 한반도로 넘어와 이상 폭염을 야기했다는 것인데요. 정용승 고려대기환경연구소장은 “북반구 곳곳이 평년보다 고온이 확장됐는데, 풍상측(風上側‧바람이 불어오는 쪽)의 중국이 고온이기 때문에 풍하측의 한반도에서는 무더위가 이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중국의 고온으로 한국이 더워지는 것은 대량공장이 많은 중국의 미세먼지‧황사가 한국으로 넘어오는 것과 같은 이치다.  

 

 

에필로그_ 잠 못 이루는 불면의 날을 대비하라…

 

지난해 기록적인 폭염은 어쩌면 끝이 아니라 시작일 수도 있습니다. 올해 역시 첫 폭염 특보가 개시되는 시기와 5월의 폭염‧열대야 일수 수치는 지난해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2010년대 들어 급격하게 폭염과 열대야가 증가하는 건 지구온난화의 영향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런 날씨는 우리 생활에 생각보다 훨씬 큰 영향을 미치죠.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일평균 기온 25도를 기준으로, 1도씩 상승될 때마다 인간의 사망률은 최대 2.65% 증가한다고 합니다. 또한 권원태 한국기후변화학회 명예회장은 “지금 이대로 가면 2050년에는 한 해 평균 30일 이상의 열대야를 겪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습니다. 역대 최악이라는 1994‧2018년의 열대야 일수가 평균 17.7일이란 걸 감안하면, 괴로움의 깊이 역시 가늠할 수 있습니다. 지구온난화 및 기후변화 대응에 대해 관심을 갖고 각자의 실천 전략을 만들어 보는 것이 잠 못 이루는 불면의 날을 방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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