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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캠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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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희망家의 사람들] 재난 피해 이웃과 후원자의 ‘연결고리’_ 이가희 모금마케팅팀 주임
등록일 2019-05-08





"저도 꼭 보답하고 싶었는데… 전화 정말 잘 주셨네요." 

 

 

 

갑작스런 전화에도 수화기 너머의 목소리는 밝았다. 밝은 목소리의 주인공은 포항에 사는 김 모(42)씨. 지난 2017년 포항 지진으로 큰 피해를 봤지만, 반 년 만에 기운을 회복한 듯 했다. 김 모씨의 말이 이어졌다. “사고가 난 이후에 도움을 너무 많이 받았어요. 전국에서 오신 봉사자분들이 따뜻하게 격려해줬고, 재난의연금까지 받았죠. 덕분에 용기를 많이 얻었습니다.”

 

김 모씨는 당시 지진 피해 현장에서 구호활동을 펼치고, 의연금을 전달했던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이하 희망브리지)의 후원 요청 전화에 흔쾌히 정기후원을 약속했다. 그렇게 두 달, 김 모씨처럼 포항 지진 피해 이웃이었다가 정기후원자로 변모한 이들이 500명을 넘어섰다. 지난해 5월부터 6월까지 희망브리지가 진행했던 ‘TM(telemarketing) 모금’ 프로젝트의 결과다.  

 

이 프로젝트를 기획한 이가 바로 오늘 소개할 이가희(29) 희망브리지 모금마케팅팀 주임이다. 이가희 주임은 “어려운 순간 도움을 받으셨던 분들이 또 다른 누군가를 돕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면, 나눔의 선순환이 이뤄지는 것이라고 생각했다”면서 “아직 상처가 다 아물지 않으셨을 텐데도 많은 분들이 선뜻 나서 주시는 것을 보며 큰 감동을 느꼈다”고 했다. 말 그대로 ‘희망의 브리지’가 연결됐던 것이다.

 

 

이가희(사진) 주임은 자신의 업무가 재난 피해 이웃과 후원자 사이에 희망의 다리를 놓아주는 것이라고 했다.

 

 

 

 

해외에 모니터 팔던 사회초년생의 각성 



 

이가희 주임은 지난 2015년 6월, 희망브리지에 몸을 실었다. 벌써 햇수로 5년차. 영어영문학을 전공한 이 주임은 대학 졸업을 앞두고 여느 또래처럼 ‘전공을 살리는 일’을 찾았다. 사회생활의 첫 문을 열었던 직장이 모 전자회사 해외영업 부서였던 것도 그래서다. 처음에는 나쁘지 않았다. 우리나라 수출에 일조하고 있다는 자부심도 들었고, 성취감도 있었다. 그러나 이내 한계를 느꼈다.

 

 

“직장이란 것은 나의 시간과 재능을 쏟아 부어 삶의 의미를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어느 순간 내 일에서 의미를 찾을 수 없게 되더라고요. 동기부여도 잘 안됐고요.”

 

 

야심차게 도전했던 첫 사회생활은 고작 11개월 만에 막을 내렸다. 하지만 의미있는 11개월이었다. 그 경험이 일자리 선택의 기준을 명확하게 제시해 줬기 때문이다. 나에게는 물론, 사회에도 의미와 가치가 있으면서 내가 재밌게 할 수 있는 일. 몇 달 간의 탐사 끝에 찾게 된 곳이 바로 희망브리지였다. 대학시절 내내 봉사동아리에서 활동했던 이 주임에게 ‘재난구호’라는 또렷한 미션은 꽤 친근하게 다가왔다. 홈페이지를 통해 사업 내용을 찾아보면서 그 친근함은 확신으로 변했다. 재미있게, 의미있게 일할 수 있는 곳이라는 확신이었다.

 

 

 
영문학도였던 이 주임은 희망브리지의 해외 구호활동 현장에서 더 빛이 난다. 사진은 2017 방글라데시 모자보건사업 현장

 

 

 

그녀가 결혼식 전날까지 재난 현장에 머물렀던 이유

 

 

현장 활동 위주의 업무를 머릿속에 그리며 입사했지만, 처음 맡겨진 역할은 뜻밖에도 모금부서였다. 사실 모금 마케팅은 구호단체의 꽃이다. 모든 활동의 동력이 모금으로부터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이가희 주임은 기본적인 모금 행정부터 차근차근 업무를 익혀나갔다.

 

대중의 참여를 이끌고 이를 모금으로 연결하는 ‘참여형 캠페인’, 기업의 펀딩을 통해 재해구호 키트를 제작하거나, 피해자 지원사업을 펼치는 ‘기업 마케팅’, 기관의 일시 혹은 정기후원자를 모집하는 ‘개인모금’ 등이 전반적인 모금 부서의 활동이다.

 

 

 

‘희망T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는 이가희 주임. 희망T캠페인은 기후 난민 어린이들에게 참여자가 직접 그린 티셔츠와 영양결핍식을 전달하는 ‘참여형 캠페인’이다

 

 

여기에 또 하나, 정부로부터 권한을 부여받은 법정 구호단체인 희망브리지의 특성상, 재난·재해 긴급구호 모금도 시시때때로 펼쳐진다. 이는 모금 부서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이유다. 재난이 발생하면 실제 현장에 급파되어서 현장 상황을 파악한 후 모금 여부를 결정하고, 해당 지자체와 공조하여 모금활동을 펼치는데, 이 과정이 모두 하루 만에 이뤄져야 한다.

 

지난 한 해 동안만 밀양 세종병원 화재피해 성금 모금(1월 30일~2월 28일), 강원 고성 산불피해 성금 모금(4월 20일~5월 20일), 강원 평창지역 수해 성금 모금(5월 21일~7월 6일), 제19호 태풍 솔릭 피해 성금 모금(8월26~9월1일), 제25호 태풍 콩레이 피해 성금 모금(10월8일~10월 31일) 등이 이가희 주임을 포함한 희망브리지 모금 부서에 의해 이뤄졌다.

 

재난‧재해가 예고 없이 발생하듯 긴급구호 모금 역시 불시에 이뤄지다 보니, 웃지 못 할 해프닝도 많다. 올해 1월 24일 울산농수산물 도매시장 화재 당시, 모금 진행 전반의 업무담당자가 이가희 주임이었는데, 그 다음날이 바로 그녀의 결혼식이었다고 한다. 이러한 연유로 모금 계좌개설과 동시에 인수인계까지 급박하게 이뤄질 수밖에 없었다. 당시 모금으로 만들어진 국민성금 2억7천876만2천638원은 지난달 30일, 화재로 큰 피해를 입은 상인 77명에게 무사히 전달됐다.

 

 

 

당신을 사로잡는 모금 마케터가 되는 날까지

 

 

어느덧 입사 5년 차, 올해부터 이가희 주임이 집중하고 있는 분야는 ‘개인모금’ 업무다. 지금까지 기관의 성격상 특정 재해에 대한 대응이나 구호세트 제작 같은 활동에 대한 모금이 주를 이뤄왔지만, 점점 개인모금에 대한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사실 재난‧재해에 대한 긴급구호 모금은 잘 되는 편이에요. 눈에 딱 띄는 현장이 있으니 마음이 동하는 거죠. 하지만 뉴스에서 사라지는 동시에 대중의 관심도 떨어져요. 하지만 지속적으로 도움이 필요한 재난 피해 이웃들도 많고, 그 이전에 예방을 위한 활동도 있어야하죠. 이런 활동을 위한 재원이 필요하기 때문에 개인 정기후원이 점점 중요해지는 것입니다.”

 

대형 NGO처럼 방송광고를 만들어 송출하거나, 거리모금을 할 수 있는 자금과 인력이 없는 상황에서 개인 후원자를 늘리는 것은 녹록치 않다. 이 주임 역시 “어떤 채널을 활용해, 어떤 사람들을, 어떻게 설득할 것인지 막막할 때가 많다”고 토로했다.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은 정성과 진심으로 사람들을 공감시켜 마음을 움직이는 것뿐이다.

 

이를 위해 재난 피해 이웃의 사례를 담은 콘텐츠를 만들어 ‘네이버 해피빈’이나 ‘카카오 같이가치’ 등의 모금 플랫폼에 올리고, 다양한 성격의 모금 프로젝트를 따로 개발하기도 한다. 앞서 언급했던 ‘TM모금’ 프로젝트나 기후변화를 주제로 스토리펀딩을 진행하고 팔찌를 리워드로 제공하는 ‘프롬디어스 캠페인’ 같은 활동들이 이런 고민으로부터 나온 결과다. 지난 2017년부터는 ‘CJ오쇼핑’의 사회공헌 프로그램 ‘사랑을 주문하세요’를 통해 유의미한 수치의 개인 정기후원자를 유치하고 있다.

 

 

2018 서울세계도시문화축제 글로벌 나눔전에서 ‘프롬디어스 캠페인’을 소개하고 있는 이가희 주임

 

 

 

유치한 후원자들에게 문자나 이메일로 기부금의 쓰임새를 알려주는 등 피드백을 충실히 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업무다. 이 주임은 “제 문자를 보고 ‘큰돈을 기부한 것도 아닌데, 이렇게 결과까지 보내주셔서 감사하다’는 전화를 주시는 후원자들도 있는데, 그럴 땐 뿌듯함을 많이 느낀다”고 했다.

 

재미와 의미를 찾을 것이란 확신을 가지고 시작한 구호단체의 모금 업무. 이가희 주임은 여전히 부족한 것 투성이라고 한다. 지난해부터 외부의 모금 마케팅 교육에 참여하고, 관련 책도 찾아서 보는 등 자기계발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글쓰기 공부도 시작했다고 한다. 문구 한 두 줄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모금 마케터가 되고 싶은 욕심에서다.



“아직도 우리 기관의 개인 후원자 수는 그리 많지 않아요.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소중한 이유죠. 하지만 언젠가는 ‘아이스버킷 챌린지’처럼 큰 확산력을 가지고 대중에게 전파될 수 있는 모금 캠페인을 꼭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희망T캠페인을 통해 제작된 티셔츠를 방글라데시 아이들에게 직접 전달하는 이가희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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