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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캠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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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한 여름의 뜨거운 나눔, ‘2017 집수리로드’ 현장
등록일 2017-08-02

 

 

 

 

 

경남 밀양시에 사는 석희주(76) 할아버지의 발걸음이 가볍습니다. 슈퍼마켓을 들러 집으로 가는 길. 손에는 아이스크림이 한 아름 들려있는데요.

 

“아이고 할아버지! 이렇게 안 챙겨주셔도 되는데.”

 

최재용(25‧강원대)씨가 손사래를 치며 할아버지를 맞습니다. 아이스크림을 한 입 베어 물자 얼굴에는 미소가 펼쳐집니다. 옆에 있던 백종원(23‧군인·휴가 중 봉사 참여)씨가 “군대에서 먹는 아이스크림도 이보단 꿀맛이지 못할 것”이라며 할아버지에게 감사를 전합니다. 할아버지는 “더운 날 고생하는데 이 정도도 못하면 서운하지”라고 했습니다. 돼지 축사를 개조해 만든 오래된 집에 모처럼 웃음소리가 가득합니다. 그 웃음의 주인공은 희망브리지 집수리로드 자원봉사자들입니다. 

 

 

 

지난 7월 23일 새벽 5시, 밀양시 청도면에 위치한 마을회관에 50여 명의 청년이 모였습니다. 파란색 티셔츠를 맞춰 입은 이들은 희망브리지 대학생 봉사자 ‘집수리로드’ 대원과 직장인 멘토들입니다. 새벽부터 벽지와 풀, 실리콘 등을 챙기는 대원들의 손이 바쁩니다. 이날 방문할 가구에 필요한 자재들을 꼼꼼히 확인하기 위함입니다. 이들은 7월 17일부터 31일까지, 보름 동안 전국의 ‘오지’를 돌며 낡은 집들을 수리하는 여정을 펼치고 있습니다.

 


이른 새벽부터 집수리 장비를 챙기는 봉사자들의 모습. 이후에는 체조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시골에는 제도권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장애인, 독거노인, 다문화가정이 많아요. 재난에 취약한 낡은 집에 살면서도 제대로 된 수리를 시작조차 못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해마다 여름이면 대학생 봉사자들이 찾아가 도배와 장판교체 등 집수리를 해주고, 봉사하는 틈틈이 말벗도 되어드리고 있습니다.”

 

홍선화 희망브리지 홍보팀장의 말입니다. 희망브리지는 2010년 8월, 김포 고촌지역의 수해 가구 집수리를 시작으로 매월 1회씩 ‘재난위기가정 집수리봉사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2011년부턴 매해 여름방학, 대학생 봉사자들과 함께 2주간의 ‘집수리로드’를 떠나고 있는데요. 집수리봉사를 비롯해 마을 벽화봉사, 장수사진 촬영봉사, 세탁봉사 등을 진행했습니다. 그동안 2,366세대의 가족들이 재난의 위기에서 한숨 돌릴 수 있었죠. 이번 여름엔 5개 지역(충남 금산, 전남 목포, 경남 밀양, 경북 경주, 강원 영월)의 123가구를 만나고 있습니다.

 

“할아버지, 앞으론 절대 집에서 담배 피우시면 안 돼요. 저랑 약속하는 거예요!”

 

1조 조장 최재용 학생의 애교 어린 조언에 석 할아버지가 엷은 웃음을 짓습니다. 본격적인 수리를 시작하기 전, 대원들은 할아버지의 집을 살펴보며 역할을 분담합니다. 한쪽에선 오래된 벽지와 장판을 뜯고, 다른 쪽에서는 새 벽지를 잘라 하얀 풀을 발랐습니다. 구멍이 숭숭 뚫린 모기장을 뜯어내고, 튼튼한 모기장을 새롭게 만드는 손길도 보입니다. 집에는 혼자 사는 어르신의 삶이 그대로 남아있었습니다. 냉장고엔 오래된 김치가 그릇째 놓여 있고, 뜯어진 안방 벽지는 누렇게 색이 바래 있었습니다. 할아버지가 집에서 담배를 피웠던 흔적입니다. 

 

 집 안에서 흡연하지 않기로 약속하는 석희주 할아버지와 최재용 씨.

 

“혼자 사는 어르신들은 생활 습관이 건강하지 못한 경우가 많아요. 집에 찾아오는 손님이 없으면 더욱 그렇죠. 건강에도, 주거 환경에도 모두 좋지 못한 습관인데…”

 

할아버지 걱정에 말을 잇지 못하는 최재용 1조 조장은 한 달 전, 희망브리지 구호사업팀 김삼렬 팀장과 함께 실사에 참여해 지자체에서 추천해준 가구를 일일이 방문해서 집안 상태를 꼼꼼히 살폈습니다. 집의 상태와 가구의 수입, 구성원의 건강 상태, 부양하는 자녀의 여부 등을 고려해 최종 방문 가정을 선정합니다. 집수리 경력 5년 차 베테랑인 최 씨가 실사를 했던 집이라 이번 집수리로드에 처음 참여하는 1조 조원들도 어렵지 않게 작업에 임할 수 있었습니다.  

 

 집수리 현장의 모습. 도배부터 벽지까지, 못하는 일이 없습니다.

 

“이 벽화는 뭐에요? 우리 동네에도 그려줬으면 좋겠다!”

 

한쪽에선 벽화 작업이 한창입니다. 이곳은 집수리로드 벽화봉사팀이 활동하는 현장. 어두웠던 골목을 구름과 소나무로 밝게 칠하는 모습입니다. 지나가는 주민들은 하나같이 모두 멈춰섭니다. 신청 절차를 물어보는 할아버지, 함께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할머니, 기부하고 싶다는 아저씨까지… 동네 주민들 덕분에 그림이 완성되기도 전에 골목이 한결 밝아진 느낌입니다.

 

 벽화작업이 이뤄지는 현장. 지나가는 주민들이 하나같이 멈춰서 관심을 보입니다.

 

“벽화봉사라는 개념이 널리 퍼지면서 그에 따른 부작용도 심심치 않게 들려오고 있어요. 일회성 행사가 되지 않도록 지역에 가장 어울리는 도안을 만드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주민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필수였죠.”

 

벽화팀장 김수안(22‧숙명여대) 학생이 말했습니다. 김수안 학생은 지난해 처음 집수리로드에 참여했는데요. 이때 봉사에 매력을 느껴 매월 진행하는 정기봉사에도 꾸준히 나왔다가 이번 로드에서 팀장의 역할을 맡아, 의욕이 더 커졌다고 하네요. 미술 관련 전공자로 구성된 벽화봉사팀은 금산, 목포, 밀양은 2박 3일씩, 경주는 3박 4일, 영월은 1박 2일 동안 머물려 벽에 그림을 그리는 작업을 합니다. 보름 동안 총 다섯 개의 작품이 탄생하는 것입니다.

 

석희주 할아버지의 주방. 수리되기 전(좌)과 후(우)의 모습

 

오후 네 시, 농촌의 하루가 저물기 시작합니다. 봉사자들의 작업도 어느덧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고, 티셔츠는 땀에 흠뻑 젖었습니다. 6명이 일사불란하게 자신의 임무에 충실히 하다보면 어느덧 곰팡이가 가득했던 집안 곳곳이 새롭게 변신합니다. 오늘 저녁은 밀양의 명물 영남루 관광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빨리 끝내고 같이 ‘영남루’ 갑시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팀원들이 서로를 독려합니다. 고된 작업에 지쳤을 법도 한데 대원들은 항상 힘이 넘칩니다. 집수리가 봉사가 처음이라는 김진한(26·서울시립대) 학생 역시 하루하루가 새롭기만 합니다. 김진한 학생에게 지난 1주일은 어땠을까요?

 

“처음엔 너무 힘들어 몰래 기차 타고 도망갈 생각도 했어요. 그런데 막상 포기하려고 보니, 좋았던 기억이 더 많더라고요. 팀원들과도 정도 많이 들었고요. 어제는 목포에 있었는데, 주인 할머니가 고맙다고 손을 잡으며 우시는 거예요. 살면서 처음 접해보는 마음이었어요.”

 

 이날의 작업이 끝난 대원들. 밀양의 관광지 영남루를 방문해 추억을 만들었습니다.

 

석 할아버지의 집도 수리가 말끔히 끝났습니다. 말끔해진 방을 보니 더위도 한결 물러가는 느낌입니다. 석 할아버지는 말이 없었습니다. 그저 굵은 땀방울을 흘리며 종일 일한 학생들의 등을 계속해서 두드려 줄 뿐이었지요. 대원들이 떠나는 순간까지, 계속해서 손을 흔들었습니다.

 

“‘욕봤다’는 표현이 있어요. 다정한 표현은 아닌데 밀양에선 가장 고마울 때 쓰는 말이에요. 학생들이 혼자 사는 노인네 집에 다 찾아오고. 그 말밖에 나오지 않더라고요. 집이 낡아 명절이면 가족들 부르기도 민망했는데, 이젠 떡이라도 사놓고 어서 오라고 부를 수 있겠어요. 정말 욕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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