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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캠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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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心봉사 열전] 말년병장의 '피 땀 눈물'
등록일 2019-01-21

아끼고 아낀 휴가, 소위 ‘말년휴가’로 쓸 수 있는 날은 총 23일이나 됐다. 한 달 후 전역인 말년병장이 3주가 넘는 휴가를 쟁여둔 이유가 뭘까?

 

 

"그건 무리야, 군법 상 한 번에 나갈 수 있는 휴가는 최대가 15일이라고."

 

 

부대 중대장이 원칙을 강조했지만, 이날을 위해 마치 꼬깃꼬깃 아껴왔던 쌈짓돈 같은 의지를 꺾을 순 없었다. 팽팽하게 맞선 결과, 절충안이 나왔다. 8일짜리 휴가를 나갔다가 다시 부대에 복귀해 하룻밤 자고, 다시 15일짜리를 나가는 식의 허락이 떨어졌다. 그렇게 해서 그가 찾아간 곳은 다름 아닌 집수리 봉사 현장. 5개 도시를 3일씩, 총 15일 동안 돌며 주거환경개선 활동을 펼치는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이하 희망브리지)의 ‘집수리로드’ 봉사를 위해 그는 경주(봉사 지역)와 포항(부대 소재지)을 넘나들었다. 지난 해 여름 말년휴가를 오롯이 봉사활동에 쓴 청년 백종원(23․명지대 기계공학과3) 씨의 실제 이야기다.

 

 

[心봉사 열전]의 첫 주인공인 봉사 마니아 백종원(사진) 씨

 

 

군대 갔다 온 남자들은 다 안다. 군인에게 ‘말년휴가’는 군인 티를 벗겨내는 일종의 ‘재사회화’ 과정이자, 제2의 삶을 앞두고 만끽할 수 있는 마지막 ‘널브러짐’이다. 귀하고 값지다. 그 소중한 시간을 온전히 남을 위해 쓰다니… 젊은 성인(聖人)의 모습이 몹시 궁금해 지난 14일, 백종원 씨를 직접 만나봤다.

 

 

 

 

봉사의 이유? “즐기는 자에게 이유는 없다”

 

백종원 씨는 현재 희망브리지봉사단 소속 명지대학교 봉사동아리 ‘무브’의 회장을 맡고 있다. 누적 봉사시간이 총 900시간에 달하는 봉사 마니아인 그에게 참 어울리는 자리다. 최근에는 봉사를 하는 것을 넘어, 대학생 봉사의 저변을 넓히는 활동에도 관심을 두고 있다. 지난 봄에는 학교의 복지봉사팀과 함께 ‘봉사대축제’를 기획해 체험부스를 운영하기도 했다.

 

“당시 액체 슬라임 장난감이 유행하던 시기였어요. 그런데 집수리 봉사에 필요한 도배본드 같은 걸로 이걸 똑같이 만들 수 있거든요. 액체 슬라임을 직접 만드는 체험부스를 하면서 주변 친구들이 봉사에 대해 갖고 있는 선입견을 허물고 싶었죠.”

 

봉사 동아리를 이끌고 있는 만큼, 팀원들의 결속과 친밀도를 높이는 활동도 개발하고 있다. 매 달 진행하는 ‘무비데이(Movie Day)’ 같은 것들이다. 백 씨는 “봉사를 마치 막노동처럼 힘들고 거친 것으로 아는 친구들이 많은데, 오히려 가볍고 즐겁게 참여할 수 있다는 걸 알리려고 한다”고 말했다.

 

백종원(가장 왼쪽) 씨는 “봉사는 가벼운 마음으로 즐겁게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은 봉사 마니아에 이어 전도사의 역할까지 하고 있지만 그 역시 시작은 뻔한 이유, ‘스펙’ 때문이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처음 선택한 종목은 ‘수화봉사’였다. 지역의 장애 어르신들이 모여 있는 경로당이 그 무대. 매주 주말마다 수화담당 선생님과 같이 방문해, 간단한 의사소통을 하거나 함께 음식을 해먹는 게 전부였다. 하지만 그렇게 1년 간 이어진 활동은 백 씨의 생각을 바꾸기에 충분했다. 보잘 것 없는 도움이 그들에게 얼마나 크게 다가오는지 깨닫는 순간,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뿌듯함과 희열을 느꼈다.

 

“어느 날 함께 음식을 만드는 날이었어요. 수화를 배운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라 실수를 했죠. 할머니가 하신 말씀을 못 알아들어, 떡볶이에 설탕이 아닌 소금을 넣은 거예요. 어쩔 줄 몰라 하는 저에게 할머니는 괜찮다며 그 짠 떡볶이를 맛있게 드시더라고요. 이후에도 어르신 분들은 제게 먼저 다가와 주셨어요. 대개 귀도 안 들리고 말도 못하는 분들이셨는데, 상대방의 감정은 더 빠르게 파악하셨죠. 시험 성적으로 우울한 상태였을 땐, 먼저 다가와서 무슨 걱정이 있냐고 물어봐 주시기도 하고…”

 

그 활동 이후 백 씨는 봉사의 매력에 푹 빠졌다. ‘스펙’이나 ‘봉사 시간’ 같은 걸 생각하지 않게 된 것도 그 때부터다.

 

 

 

‘물 만난 고기처럼’ 집수리 봉사를 만나다 

 

백종원 씨는 대학교에 입학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봉사 동아리에 들어갔다. ‘제대로 한번 해보자’는 생각에서다. 이후 ‘재난위기가정 지속돌봄 봉사’, ‘벽화 봉사’ 같은 활동에 참여했지만, 자신이 도움이 되는지 확신할 수 없었다고 한다. 워낙 활동적인 걸 선호하고, 한 군데 앉아있거나 갇혀있는 것을 못 견디는 성격 때문이기도 하다. 소위 ‘몸 쓰는 것’이 맞았다. 그런 그에게 맞춤옷처럼 잘 어울리는 활동이 바로 희망브리지의 집수리 봉사 여행 ‘집수리로드’였다. 백 씨는 “처음에 너무 일정이 길고, 고된 것 같아 망설이던 나를 선배들이 반강제적으로 끌고 갔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의미 있고 좋았다”고 회상했다.

 

집수리 로드는 2주가 넘는 대장정을 소화한다. 한 번 다녀오면, 130시간 정도의 봉사를 소화하는 셈이다. 백 씨의 경우, 세 번을 완주했으니 390시간을 진행한 셈. 지난달 24일에는 희망브리지의 3,000번째 집수리 봉사 현장에서 활약하기도 했다. 이젠 꽤 전문적인 손길을 가졌을 법도 하다. 이에 대해 그는 “전문 도배사의 실력까지는 아니어도, 살만한 환경으로 탈바꿈시키는 것 정도는 가능하다”며 겸양을 부린다. 하지만 준 전문가 답게 도배․장판의 중요성을 역설하기도 했다.

 

“도배가 잘 안 돼 있으면 곰팡이 때문에 폐병이 생기기도 해요. 올해 2월에 다녀온 집은 할머니가 폐암에 걸린 전력이 있으셔서 더 신경을 많이 썼거든요. 이후 몇 달이 지나고 다시 한 번 들렀는데, 폐가 예전보다 많이 좋아지셨다는 얘기를 듣고 뿌듯했던 기억이 납니다.”

 

 

백종원 씨의 집수리 봉사활동 장먄

 

 

집수리 봉사의 또 다른 매력, 영감을 주는 사람들…

 

백종원씨가 집수리로드를 ‘최애’ 봉사로 꼽는 이유는 또 있다. 바로 사람들이다. 집수리로드는 2주가 넘게 진행되며, 많은 사람들이 참여한다. 당연히 사람들과 엮이게 되고, 유대감도 배가된다. 백 씨는 “봉사자들끼리 끈끈해지면 끈끈해질수록 봉사의 질이 높아진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집수리로드가 다른 봉사에 비해 양질의 손길을 제공하는 느낌이 강한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물론 기간이 긴 만큼 고된 건 사실이다. 집수리로드는 보통 7월 중순부터 7월말, 혹은 8월초까지 약 2주간 진행되는데, 여름에 무더위 속에서 봉사를 하다 보면 금세 지치기 일쑤다. 힘들 때 기운을 북돋우는 존재 역시 사람들이다. 형, 누나, 동생, 친구들이 서로를 격려하며 여정을 이어간다. 백 씨는 “어릴 때는 형․누나들의 격려를 통해 이겨나갔는데, 올해 집수리로드 갔을 때는 내가 나이가 제일 많았다”면서 “그래서 농담도 하고, 격려도 하며 분위기를 다잡으려 노력하는데 그게 잘 되고 있는지는 모르겠다”며 웃었다. 이런 젊은이들의 훈훈한 모습에 수혜자들도 쉽게 감화된다. 덥고 힘들어서 도시락을 삼키지 못하는 청년들을 위해 집 주인이 냉면을 삶아 내오는 장면은 집수리로드의 흔한 풍경이다.

 

백 씨는 매 달 희망브리지봉사단 온라인 카페에 봉사 관련된 공지가 올라오면 꼼꼼히 살피고 참여할 현장을 결정한다. 하지만 여전히 집수리로드가 가장 설렌다. ‘이번에는 어떤 사람들과 어떤 여정을 함께할까?’ 백 씨는 “봉사현장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내가 쉽게 만날 수 없는 사람들”이라며 “나이를 떠나 뚜렷한 가치관이 있고 배울 점이 많다”고 했다.

 

 

현장에서 만나는 사람들이야 말로, 봉사 현장의 또 다른 기쁨이다. 

 

봉사를 통한 영감과 기쁨은 비단 함께하는 동지들로부터 오는 것만은 아니다. 수혜자를 통해서도 큰 감동과 위로를 받는다. 실제로 백 씨는 3년 전 ‘재난위기가정 지속돌봄 봉사’를 하며 만났던 할머니와 지금까지도 연락을 주고받는다.

 

그저 말벗이 되어 주려고 만났던 할머니였는데, 이후 집수리 봉사를 다니면서 문득 생각이 나는 거에요. ‘혹시 할머니도 집수리가 필요하지 않을까’해서 연락해봤는데 요양병원에 들어가셨더라고요. 그때부터 쭉 연락하며 지내요. ‘학교는 잘 다니는지’, ‘시험은 잘 봤는지’ 같은 사소한 이야기를 나누죠. 지난 추석 이후엔 가족들을 보고 싶다고 끌탕하시더라고요.”

 

백종원 씨는 자신에게 봉사란 ‘무언가를 포기하거나 힘든 것이 아닌, 그저 즐겁고 재밌는 취미 같은 것’이라고 했다. 봉사라는 공통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즐겁고, 봉사 후 먼저 뒤집어 쓴 상태로 다 같이 찜질방에 몰려가는 것도 그저 신나는 일이다. 그로부터 파생되는 보람과 위안은 귀하디 귀하다. 진정으로 즐기고 좋아하니, 이를 다른 사람들에게 권하고 추천하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럽다.

 

요즘 백 씨가 가장 흥미를 두고 있는 건 동남아에서 진행하는 건축 봉사다. 집수리 봉사로 단련된 자신의 ‘쓰임새’를 다할 수 있다는 확신 때문이다. 다녀온 친구들의 반응도 좋다고 한다. “건투를 빈다”는 기자의 덕담에 백 씨가 자세를 고쳐 앉고 늦은 영업에 나선다.

 

“가끔은 주변을 둘러보세요. 나보다 힘든 사람들을 보고, 그들을 돕는 경험을 꼭 한번은 해봤으면 좋겠어요. 봉사는 정말 매력적인 경험이거든요. 봉사를 한번이라도 경험한 사람들 중 그 한번으로 끝낸 사람은 제 경험상 단 한 명도 못 봤습니다!”

 

 

한번도 안 한 사람은 있어도 한번만 한 사람은 없다는 그것, 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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