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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심心봉사 열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중독자, 청년 최재용
등록일 2019-02-27

 

"나중엔 휴가를 나왔으니까 봉사를 하는 건지, 봉사를 하려고 휴가를 나오는 건지 헷갈리더라고요.(웃음)" 

 

 

최재용(27, 강원도 춘천시)씨의 말대로다. 군 복무하면서 받은 휴가는 총 7번. 그 때마다 빠짐없이 봉사활동에 참여했다. 나중엔 아예 봉사활동 일정을 보고 휴가를 맞추기도 했다고 한다. 여기까지만 들어도 이 청년 뭔가 심상찮다. 그는 그리 길지 않은(?) 인생을 봉사활동으로 빼곡히 채워왔다. 정기적인 봉사활동을 시작한 게 이미 초등학교 때부터다. 인생에 딱 두 번 뿐인 해외경험도 봉사활동을 통해서였다. 지난 2012년 이후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이하 희망브리지)와 함께한 봉사시간만 2천 여 시간에 달한다. 하루 8시간으로 계산하면 꼬박 250일을 한 셈이다. 250일이면 2019년 주말과 법정공휴일을 제외한 직장인의 출근일 수(247일)보다 더 많다. 연봉으로도 가늠할 수 없는 그의 2천 시간의 가치를 들여다봤다.

 

 

 

최재용 씨의 활동 사진 중엔 유독 군복 입은 모습이 많다.
 

 

 

강원도 춘천에서 자란 최재용 씨는 봉사에 관해서라면 조기교육을 철저히 마친 엘리트다. 초등학생 시절부터 교내 봉사단체에서 활동했다. 고등학생이 된 후부턴 춘천의 장애인 시설에서 봉사활동을 이어갔다. 조기교육의 힘은 컸다. 열성적인 활동으로 춘천시장 표창까지 받을 정도였다. 2012년 대학에 입학한 후 남들과는 조금 다른 기대감에 부풀었다. 다양한 봉사활동을 펼칠 ‘판’이 마련됐기 때문이다.

 

“기대와는 다르게 생각보다 봉사활동을 할 기회가 적어서 갈증을 느끼고 있었어요. 그러다가 우연하게 희망브리지의 집수리봉사를 접하게 됐죠. 대학 새내기 가을부터였어요. 한 달에 한 번씩 전국 각지를 돌아다녔습니다. 서로 힘을 합쳐 한 집 한 집 작업을 끝낼 때마다 밀려오는 보람과 만족감에 매료됐어요.”

 

 

 

2014년 부산 기장 수해 현장에서 펼쳐진 집수리봉사 현장에서

 

 

 

희망브리지의 집수리봉사는 그의 갈증을 해소시켜줬다. 집수리봉사는 주거환경이 열악한 재난위기가정을 찾아가 도배 및 장판시공 등을 하는 일이었다. 건축학도인 전공과도 잘 맞아, 학업의 연장선이란 생각마저 들었다. 그렇게 집수리봉사에 푹 빠져버리니 한 달에 한 번의 봉사 참여로는 부족했다. 춘천에서 더 자주, 지속적으로 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이는 재용 씨가 강원대 봉사동아리 ‘DJ.Kang’의 초대 멤버로 활동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동아리명의 ‘D’는 ‘Dream’, ‘J’는 ‘Jump’를 의미하고 ‘Kang’은 소속 학교의 첫 글자 ‘강’에서 따왔다. 이쯤 되면 대놓고 집수리봉사 스페셜리스트를 지향한 셈이다. 최 씨는 “창단 최소 기준 인원이 25명이었는데, 1차 모집에서 11명이 왔다”면서 “봉사자 모집이 어려워 동아리가 힘든 가운데, 설상가상으로 바로 입대 길에 나서야 했다”고 회상했다. 그가 휴가를 봉사에 소진한 이유가 밝혀지는 순간이다. 그렇게 7년이 흘렀다. 

 

 

 

봉사, 희생하는 것이 아닌 투자하는 것

 

 

최 씨는 자신을 ‘중독자’라고 진단했다. 바로 봉사 중독자 말이다. 물론 육체적으로는 힘들지만, 때때로 찾아오는 선물 같은 경험들이 계속해서 그를 봉사 현장으로 이끄는 동력이 된다. 집수리봉사를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묻는 질문에는 이렇게 답한다.

 

“한 번은 도배를 마치고 나니 그 댁 할머니께서 고맙다면서 펑펑 우시는 거예요. 그 모습에 순간 돌아가신 할머니가 떠올랐어요. 할머니 댁엔 도배해드린 적이 없는데…. 다른 할머니께라도 해드릴 수 있어서 다행이란 마음이 들었죠.”

 

동아리 활동은 대학 생활을 통틀어 가장 값진 결실로 이어졌다. 겨우 기준 인원을 모아 창단했지만, 이후 춘천시와 MOU를 체결하며 성장의 발판을 다졌다. 동아리 회원 수도 점점 늘어 2017년엔 80명, 지난해엔 100명을 돌파했다. 취업난으로 동아리 신입생이 해마다 눈에 띄게 줄고 있는 가운데 얻은 성과라 더욱 고무적이다. 대학 입학 후 재용 씨는 개인 앞으로 한 번, 동아리 앞으로 한 번, 총 2번 더 춘천시장 표창을 수여받았다. 지역사회에서 그의 활약을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재용 씨는 2015년 필리핀 식수 개발 자원봉사에도 참여했다.

  

 

 

그의 활동 반경에는 국경도 없다. 2016년엔 태풍 차바 피해를 입은 울산지역을 찾기도 했고, 그보다 두 해 전엔 수해를 입은 부산 기장에서 수해 복구 및 집수리봉사를 펼치는 등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곳이라면 먼 거리도 마다하지 않았다. 매년 여름 전국 5개 지역을 돌며 집수리봉사를 펼치는 ‘집수리로드’는 2013년부터 한 번도 거르지 않았다.

 

희망브리지가 필리핀, 방글라데시에서 전개한 해외구호봉사에도 동행했다. 이렇게 다양한 순간들이 모이자, 누적 봉사시간도 눈덩이처럼 불었다. 그 결과가 바로 2,000 시간이다. 이는 희망브리지 봉사단 사상 최초의 사례다. 최 씨는 이를 ‘나에 대한 투자의 시간’이었다고 말한다.

 

“봉사를 남을 위한 희생에 빗대기도 하는데, 저는 결국 돌고 돌아 나를 위해 하는 것이란 걸 깨달았어요. 그런 일들이 쌓이고 쌓여서 제게 경험과 보람, 인맥 등 다양한 형태로 돌아오거든요. 봉사에 힘과 시간, 비용이 드는 것 같아도 자신에게 돌아오는 것을 생각하면 결국 투자라고 볼 수 있죠.”


 

 

지난해 12월 열린 희망브리지 제8회 자원봉사자의 날에서 2,000시간 돌파를 기념해 ‘희망브리지패’를 수상한 최재용 씨(왼쪽). 지난해 5월, 재난위기가정에 대한 지속적인 집수리봉사 등의 공적으로 받은 행정안전부 장관 표창

 

 

 

 

졸업, 취준… 나의 투자는 끝나지 않는다 

 

 

최 씨는 올해 2월 대학을 갓 졸업한, 아직은 ‘취준생’ 신분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봉사현장을 수시로 찾는다. 지난해 11월에도 부산과 경기 과천에서 열린 집수리봉사에 참여했고, 가까운 춘천의 현장은 ‘제 집 드나들 듯이’ 살핀다. “취업 준비에 집중해야 할 때 아니냐”는 주변의 우려도 많지만, 막상 최 씨는 “그게 그렇게 잘 안 된다”며 너스레를 떤다. 이쯤 되면 중증 봉사 중독이다. 재용 씨는 전공과 집수리봉사 경험을 토대로 건축 시공사 취업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그의 봉사, 아니 투자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취업한 뒤에도 동아리 멤버들과 계속 함께 해야죠. 사실 기대가 더 큽니다. 돈을 벌게 되면, 지금보다 질 좋은 재료로 더 좋은 봉사활동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서요. 지금보다 시간은 조금 줄겠지만… 군 휴가를 봉사에 썼던 것처럼, 회사 연차도 그렇게 쓰면 되죠. 주말도 최대한 활용하고요. 물론 입사 초기엔 상사 눈치가 좀 보이겠만요.(웃음)”

 

 

/사진: 최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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