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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그때, 오늘, 그일] 1년 전 오늘, 89일 만에 포항이 다시 휘청거리다
등록일 2019-02-12

 

 

‘방 안의 물건들이 흔들리는 것을 뚜렷이 관찰할 수 있다.’

 

 

 

진도 4~4.9의 지진이 발생하면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이 정도의 지진은 2016년 경북 경주에서 3차례, 2017년 경북 포항에서 4차례가 일어났죠. “이제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다”라는 명제가 전혀 새롭지 않은 이유입니다. 지진은 인간에게 원초적인 공포를 선사합니다. 말 그대로 땅이 갈라지고, 건물이 흔들리는 자연 현상에 인간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죠. 한번 지진 피해를 경험한 사람은 약간의 진동에도 몸이 굳고, 간담이 서늘해집니다. 1년 전 오늘,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가 있었습니다. 석 달 전 강진의 후유증을 미처 떨쳐내기도 전에 맞닥뜨린 여진. 장소는 또다시 포항이었습니다.

 

 


Earthquake(지진)의 ‘quake’는 ‘진동하다’란 뜻 외에 ‘공포심으로 몸을 떨다’란 뜻도 있다.

 (사진: Earthquake-Report.com)

 

 

 

‘대피소 폐쇄’ 결정 일주일 만에 ‘우르릉 쾅’

 

2017년 11월 15일 경상북도 포항시에서 규모 5.4의 강진이 발생했습니다. 관측 이래 두 번째로 큰 지진(첫 번째는 2016년 경주 지진)이며, 피해규모로는 역대 최악의 지진이었죠. 아픔도 잠시, 이내 피해복구를 위한 국민의 지지가 이어졌습니다. 전국 곳곳에서 성금이 모아졌고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를 필두로 다수의 단체들이 구호와 복구를 위해 구슬땀을 흘렸죠. 피해를 입었던 시민들도 새해를 맞아 다시 시작해보자는 의지를 다졌습니다.

 

상처가 조금씩 아물고 가고 있던 그 때… 모두가 깊은 잠에 빠져 있을 어스름한 새벽, 포항은 갑자기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포항시 북구 북북서쪽 5km 지역에서 규모 4.6의 지진이 다시 발생한 것입니다. 이후 30여분이 지난 뒤 비슷한 지점에서 규모 2.1의 지진이 추가로 일어났죠. 우리가 ‘포항 지진’이라 부르는 강진이 발생한 지 3개월. 2월 11일 새벽 5시의 일이었습니다.

 

강도 높은 여진으로 인해 공공시설 54곳을 포함해 시내 1천 여 곳이 넘는 주택·건물들의 피해가 잇따랐습니다. 읍·면·동마다 피해신고를 하려는 시민이 몰려 매일같이 혼잡을 빚었고, 50명 가까운 인명 피해 속에 이재민은 200가구를 넘어섰습니다.

 

 

포항 임시대피소의 이재민에게 지원된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 응급구호세트

 

 

무엇보다도 큰 충격을 받은 이들은 ‘이제 다 끝났구나’라고 생각했던 포항 시민들, 그리고 국민들 이었습니다.

 

여진이 일어나기 불과 일주일 전인 2월 4일, 포항시는 당시 운영 중인 임시 대피소를 일주일 후부터 폐쇄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에 따라 최초 지진 발생 직후부터 이재민들이 머물러 온 북구 흥해체육관과 기쁨의 교회 등이 문을 닫을 예정이었죠.

 

이는 포항시의 건축물 안전 진단 결과에 따라, 전체 이주대상 613가구 중 88%인 542가구가 새로운 거처에 입주한 데다 나머지 71가구도 머잖아 이사를 할 수 있을 것이란 계산에 따른 결정이었습니다. 주거 문제가 해결된다는 것은 일상으로의 복귀를 의미하는 것입니다. 도시는 안정을 되찾아가고 있었고, 새롭게 시작해보자는 분위기도 만연했습니다.

 

그러나 89일 만에 찾아온 지진은 모든 것을 한순간에 무너뜨렸습니다. 시민들은 다시금 대피소로 몰려들 수밖에 없었죠.

 

문제는 대피소의 상황이었습니다. 폐쇄가 결정되면서 대피소 내부의 텐트와 시설물들이 대거 철수 중이었고, 지원인력 역시 크게 줄어든 상태였습니다. 첫 지진이 발생했을 당시에는 전국의 봉사단체 3,000여 곳과 일반시민 등 4만2천여 명이 봉사활동을 벌여왔으나, 여진을 앞둔 시점에서는 100명도 채 남지 않았습니다. 곳곳에서 날아들던 물품 지원도 뚝 끊긴 상황이었죠.

 

결국 포항의 시계는 다시 2017년 11월 15일로 되돌아갔습니다. 실질적인 복구 상태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시민들의 마음속에서 옅어져가고 있던 두려움과 고통이 다시금 되살아났다는 점일 겁니다.

 

 


여진은 이재민들 마음속에 잠재된 지진이 공포를 다시 깨웠다.

 

 

 

때로는 더 두려운 그 이름, 여진(餘震)

 

여진은 큰 지진이 일어난 진앙지에서 뒤따라 발생하는 지진을 뜻합니다. 지진이 발생한 후 단층 주변에 남아있던 탄성에너지가 방출되면서 일어나는 것으로, 본 지진의 강도가 클수록 여진의 강도와 빈도 또한 높은 것이 일반적입니다.

 

실제로 지난 2011년 도호쿠 대지진(규모 9.1)이 일본 열도를 휩쓸고 지나간 지 한 달 후 여진이 발생했는데, 이 규모가 7.4에 이르렀습니다. 어지간한 지진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강진이었죠. 이 여진이 고베 대지진보다 강력했을 정도이니까요.

 

그래서 지진을 연구하는 이들은 지진의 최초 발생 원인 못지않게 이후 이어지는 여진에 주목합니다. 충격이 계속 누적되고 있기 때문에 위험성도 높아지기 때문이죠. 비유를 들자면 우리 몸에 크게 상처가 났는데, 치료가 되기도 전에 계속해서 상처가 발생해 건강을 잃게 되는 것과 같습니다.

 

전문가들은 지진의 피해를 가중시키는 주요 요인으로 여진을 꼽습니다. 여진은 본 지진으로 파괴되거나 취약해진 구조물을 다시금 파괴시키고, 구조인력에게 심리적 불안감을 가져다주기 때문이죠. 실제로 지진으로 인해 지반과 건물이 약해진 상태에서 여진이 계속 일어나면 결국에는 매우 큰 참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포항 여진 현장 (사진: The Indian Express)

 

 

또한 그 시간적 범위가 일정치 않다는 점 때문에 대처의 어려움을 가중시킵니다. 여진은 짧게는 몇 분에서 며칠 정도로 이어져 발생하지만, 수년에 걸쳐 계속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매우 극단적인 사례지만, 1812년에 일어난 미국의 산 마드리드 지진의 경우 지금까지도 여진이 이어지고 있죠.

 

포항 역시 이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본 지진에 이은 여진, 그리고 여진이 일어난 지 1년 만인 올해 2월 10일에도 규모 4.1의 지진이 포착됐습니다. 여진이 불러온 여진인 것이죠. 다행히 물리적으로 큰 피해는 없었지만, 포항시를 비롯한 영남권 대부분 지역에서 땅의 흔들림이 감지됐습니다. 일부 시민들은 크게 놀라 집밖으로 뛰쳐나왔고, 포항을 빠져나가기 위해 황급히 고속도로로 향하는 이들도 있었습니다. 먼 바다에서 일어난 여진이라 피해는 최소화됐지만, 시민들의 마음을 동요시키기엔 충분했죠.

 

재난에는 내성이 생길 수도 없고, 생겨서도 안 됩니다. 작은 준비와 실천들을 쌓고, 함께 이겨내겠다는 마음을 모아 굳건한 재난의 방파제를 차근차근 쌓아 올리는 수밖에 없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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